한결문학회

한결문학회 3월모임_시 읽기

갑자기여인 2019. 3. 17. 17:41

 

"늙음에는 익숙해질 수 없는 낯선 게 숨어 있다"고 장석주시인은 말한다.

 

한결문학회는 3월15일 '좋구먼'에서 모여

자작시 읽고 가곡 '봄처녀' 부른다.

" 한결문학회 동인들은 "사람의 일로 바쁘다"

 

                                                                                                        ↘ 김문한 선생님

 

 

시 쓰기가/김문한

 

끝없는 들판

콧노래 부르며 시 찾아 나섰다

갑자기 먹구름 모여 들더니

눈이 내린다

어디까지 왔는지 눈 덮힌 세상

밟고 온 발자국마저 지워져

돌아갈 길조차 알 수 없다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망설이다

잡고 있는 지팡이

넘어지는 쪽으로 걸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제자리에서 맴돌았을 뿐

다시 시작해야 하나

하늘눈이 없는 머리

날은 어두워지고

불어오는 찬바람 마음 시려

마침표 찍으려 하는데

가방 속 시집에서

따뜻한 말씀 하나 들린다.

                                                                                    ↓안광선 선생님

 

무화과/안광선

 

향기가 샐까봐

꽃잎을 꼭꼭 닫아 감췄다가

한 밤중 모두가 잠이 들면

그제서야 살짝

세상을 내다본다

 

숨겼던 향기에

부드러운 맛을 담아

달콤한 무화과를 만든다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그 맛이 좋아

모두가 칭찬해도

무화과는 그저

수줍어하기만 할 뿐

 

겉으로 뽐내는 아름다움보다

속으로 간직하는 더 깊은 아름다움이 있다.

 

 

                                                                                      ↘김형남(시계방향으로 2번째)선생님

지금이 있어/김형남

 

그날그날 지금이 있어 행복하다

그래서 웃으며 사노라 그저 웃는다

이웃을 만났을 때

길에서 아기를 바라볼 때

파란 하늘과 흰구름

앙상한 나뭇가지 위 소복이 쌓인 눈을 볼 때

지금이 있어 행복하니 웃는다

그런데 몸이 어느새 아프고잡단다

희미해지는 눈과 귀 입맛이

주인님 자꾸 아프고자워요 호소한다

그래도 지금이 있어 행복하니 웃는다

웃으며 포옹하며 칭찬하며 사노라 자꾸 웃는다

지금이 있어 행복하니 그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