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한결문학회 4월_수필읽기(2)

갑자기여인 2019. 4. 28. 17:41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 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김동환의 시 <남촌>은 김규환 곡으로 가곡이 있고

김동현이 지은 가요가 있다.  회원들은 가곡 악보를 들고 박재란이 부른 가요를 신나게  불렀답니다

 

 

 

 

 

즐거웠던 봄나들이/깁주순

 

 

 

분홍바람이 살랑이며 불어오던 날. 봄나들이를 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죽전 간이역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봄을 느끼게 하는 옷 반, 아직도 겨울을 붙들고 있는 옷 반, 난 추울 것을 대비하여 두꺼운 옷을 입었다. 나를 보더니 얼어 죽지는 않겠네 하였다. 날씨도 덥다는데…. 일기 예보를 보지 않고 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매사에 구멍이 많은 나. 내 치부를 드러낸 것 같아서 부끄러워, 손에 침을 맞을 때처럼 따끔했다. 버스에 오르니 사람이 가득했다. 빈자리는 앞에 두 좌석, 맨 뒷자리 네 자리가 남아있었다. 우리는 버스에 승차를 계기로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이산가족이 되었다.

화장실을 들리기 위해서 오성휴게소에 들렸다. 깨끗하고 예쁘게 꾸며 놓은 우리나라 화장실. 이 휴게소는 새로 지은 것이라 그런지 한 가지가 더 추가 설치가 되었다. 사용 중과 비어있는 곳을 표시하는 빨강색과 파랑색 램프가 설치되어 편리하게 되었다.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만약 적화통일이 되면 이러한 풍요와 자유를 느낄 수 있으려나? 나라 걱정에 우울감과 함께 뇌리를 잠시 스쳐갔다.

쌍계사하면 십리 벚꽃터널이 유명하다. 많은 고객들이 환상적인 그 모습에 매료되어 여행길을 떠났으리라. 그러나 조금 이른 탓일까. 현장은 그 환상을 거두어야 했다. 미소를 머금은 꽃봉오리가 대부분이고, 성질 급한 몇 그루만이 꽃을 피우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드는 고객들에게 조그마한 즐거움이라도 안겨주고 싶은지 왼쪽에 개나리 보세요, 오른쪽에 동백꽃 보세요, 홍매화 보세요, 진달래 보세요 정말 예쁘다 하면서 마치 처음 보는 신비한 꽃인 것처럼 말하며 기분을 띄우려 하였다. 고객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들은 발길만 돌리면 가까운 곳에서 얼마든지 아름다운 꽃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런데다 버스 창문에 파란 썬팅이 되어 있어 꽃의 아름다움이 선명하게 볼 수 없으니 어찌 감동이 충만할까? 가이드는 나만 감동스러운가 하면서 고객들의 호응을 청하였다. 그러자 차내에 있던 고객들은 즉각 반응을 나타내었다. 가이드가 말 할 때마다 와∼ 와∼ 하면서 환호의 소리를 내었다. 그것을 보니 속으로 코미디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속 빈 환호에 웃음이 나왔다. 도착하여 보니 쌍계사 가까운 곳엔 우리를 섭섭하게 하지 않게 하려는 듯 갓 피어난 벚꽃들이 청초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쌍계사에서 우리는 모였다 헤어졌다를 반복 하였다. 쌍계사 경내를 돌고 오니 아무도 없고 둘만이 남겨졌다. 우리 둘은 미아가 된 기분을 느끼며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 셀카로 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내 얼굴이 잘리고, 다음에 친구 얼굴이 잘리고, 그래도 우리는 즐거웠다. 그 다음에서야 성공. 둘이 환하게 웃는 모습은 닮은꼴로 영원 속에서 머무르리라.

화개 장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앞좌석엔 앉은 분들은 참게 탕, 뒷좌석에 앉은 우린 부침개와 막걸리. 마침 첫 가게에 메밀전병과 수수부꾸미, 색깔도 고운 진분홍의 산수유 막걸리가 있었다. 우리는 그 가게에 들어가 앉았다. 따끈하게 달구어진 팬에서 건너온 메밀전병과 수수부꾸미는 먹기도 전에 입안에 침이 모였다. 먹기가 아까운 예쁜 진분홍색의 막걸리로 건배하며 건강을 위하여를 외쳤다. 옛날엔 돈이 마음에 중심이었는데 언젠가 부터 그 자리에 건강이 자리 잡고 있어서이리라. 이렇게 추억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며 우리는 웃음을 담아냈다. 산수유 막걸리는 시중에서 파는 막걸리보다 달콤해서 좋았다. 난 많이 마신 탓일까. 마음도 다리도 풀어져 제멋대로 노는 것이 느껴졌다.

길 건너 화개장터를 갔다. 그 곳은 나와는 구면이다. 전에 왔을 땐 조영남의 화개장터 노랫말이 무색할 정도로 썰렁하고 볼 것이 없었다. 이번엔 꽤 볼거리가 많았다. 시골의 장터인 만큼 그 특색을 살리고 져 애쓴 흔적이 보였다. 토산물, 자연물염색물, 각양각색의 약초 분말, 봄을 알리는 화초,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 흥을 돋우는 엿장수에 이르기까지. 가득가득한 물건과 많은 가게, 많은 손님으로 붐볐다. 그 장터 안에 조형물도 있었는데 그 가운데 조영남 형상물도 있었다. 굵은 안경테와 통기타로 그의 특징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옆에서 보면 조영남 흡사한 것 같은데, 앞에서 보면 그리 닮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

토지라는 드라마를 찍기 위해 만든 셋트 장, 최 참판관댁을 들렸다.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와서 그런지 많이 발전하였고, 범위가 넓어졌으며, 박경리의 문학관도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나왔던 서희는 얼마나 야무지고 대단 하였던지. 양반과 하인인 길상이와 있을 수 없는 사랑 이야기는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지금도 기억에 있다. 그 생각들을 하고 돌아보니 하나하나가 의미가 깊게 느껴졌다.

그곳 마당엔 길상이는 파란 두루마기를 입고, 서희는 빨간 치마에 파란 저고리를 입은 모습이 있었다. 그런데 길상이와 서희 얼굴대신 그 부분에 공간으로 뚫어 놓았다. 친구와 둘이서 신랑 각시 되어 그 공간에 얼굴을 넣고, 극히 비정상적인, 이상한 얼굴을 만들어 가지고 사진을 찍었다. 친구 아이디어로 찍은 이 사진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오고 즐거움을 더 해준다.

오랜만에 한 봄나들이. 매우 즐거운 하루이었다. 그것은 마음 맞는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서 그러리라. 그래서 여행은 목적지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같이 가냐가 더 중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였나보다,

-2019년 3월30일-

 

 

 

 

 

 

生, 욕심/이원화

 

 

   봄바람

   엄마 피부는 왜 이래하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인다.

   지하철 광고를 떠올린다. 미간, 눈가 보톡스~각1회 2만9천원, 턱 보톡스~1회 2만9천원, 리프팅….

   돈으로 세월을 살 수 있는 세상,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도 옛말이듯 요즘 확실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물가에 서 있는 수양버들이나 강물에 비친 수양버들이나 모습은 똑같다.

   중년의 시인은 가득한 주름을 더운 날 부채 같고 추운 날 난로 같고 미소에 잔물결 일고… 달빛 스민 빈방 천장 같은 뒤꼍에 고인 오후의 산그늘처럼 적막한 공책에 옮겨 쓴 경전 같다 했다

   때론 뿌듯하고 때론 부끄러운 경전에 새긴 내력을 어찌 지우랴.

   주름을 펴지도 말고 없애지도 말 것을 마음눈 뜨는 순간 다잡으면서도, 어느 결에 거울에 비친 세월 잔금을 헤아리고 있다.

 

   봄 덩굴에 꽃이 피었다.

   홀로 서지 못하는 으름덩굴은 깊은 산기슭이나 골짜기에서 절로 감으며 살아간다.

   어제의 것을 묻어 버리고 몸을 거꾸로 매달아 숫자를 세고 있는데, 담한 자주 빛이랄까 보랏빛이랄까 신비스런 꽃이 잎의 겨드랑이에서 푸른 꽃대에 매달려 있다.

   고향의 번지수를 잊었을까, 홀로 피어 있다.

   솔잎보다 긴 가는 가지 끝에서 구름나비 되어 나푼나푼하다.

   차랑대는 꽃을 보는 순간 멈춰진 무의식의 청량제가 몸에 퍼진다. 촘촘히 붙어 있는 잎을 다문다문 떼어내어 늘어지는 형으로, 부드러운 곡선의 리듬감을 강조하고…, 얼른 얼굴을 가리고 으름덩굴 생가지를 꺾는다. 꽃병에 꽂는다.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