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한결문학회5월_숲에는_이택규

갑자기여인 2019. 5. 18. 20:35

한결문학회는 17일 '숲을 찾아서', '서울의 숲'으로 떠나다.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

나무와 나무가 모여

어깨와 어깨를 대고

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

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 되는,

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 숲을 이룬다는 것을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숲에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안도현의 <간격>

 

 

 

 

나무/박목월

 

   유성에서 조치원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일까. 묵중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은 조치원에서 공주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에서 온양으로 우회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문을 지키는 파수병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한 그들의, 침울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나무/장서언

 

 

가지에 피는 꽃이란 꽃들은

나무가 하는 사랑의 연습

 

떨어질 꽃들 떨어지고

이제 푸르른 잎새마다 저렇듯이 퍼렇게 사랑이 물들었으나

나무는 깊숙이 침묵하게 마련이오

 

불다 마는 것이 바람이라

시시로 부는 바람에 나무의 마음은 아하 안타까워

차라리 나무는 벼락을 쳐 달라 하오

 

체념 속에 자라는 나무는 자꾸 퍼렇게 자라나기만 하고

참새 재작이는 고요한 아침이더니

오늘은 가는 비 내리는 오후

 

 

 

 

 

                                                                                                              

숲에는/이택규(한결문학회)

 

                                                                        

우리가 함께하는 동안

가을비 내리고

 

바라보던 숲에는

잎들이 지고 있겠지

 

숲이 있어 바람 부는 동안

서로 사랑하고 또는

 

헤어져 그리워 하다가

한 생을 살다 가겠지

 

우리가 사랑하는 동안

늘 함께 숲도                                                                                                  ↗ 이택규지음 『하얀 나비되어』한국작가작품선102

       

이 자리 뜨고 나면

바람 불다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