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글, 그 안의 나_이원화 에세이

유월 이야기

갑자기여인 2020. 5. 29. 19:56

 

*발리_여백의 섬

발리는 신의 섬, 여백의 섬이 아닐까. 여백이란 자기와 타자와의 만남에 의해 열리는 앙양된 공간이라고 이우환화백은 말했다. 여백은 그저 빈 공간이 아니라 거기에는 무언가 리얼리티와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큰 북을 치면 소리가 주위 공간에 울려 퍼지게 된다. 큰 북을 포함한 이 바이브레이션의 공간을 여백이라 말했다.

인도양을 배경으로 순간마다 바뀌는 변화의 아름다움, 햇빛과 바람과 구름, 바다와 하늘 또 별 그리고 절벽과 해안, 늘 푸른 숲과 사계절의 꽃, 이들의 만남에서 열리는 공간은 바로 섬의 여백, 축복 받은 여백에 다시 초대를 받았다.

 

*사미사미(Sami Sami)

발리의 데파사공항에 도착했다. 36개월 만에 다시 찾은 이곳은 전보다 훨씬 세련되고 정리정돈 되었다. 비행장 출구를 벗어나니 많은 인파의 얼굴들이 쌓여있다. 그 가운데서 작은 아들네 얼굴에 멈춘다. 손자의 따뜻한 포옹을 받으니 장거리 여행의 피곤이 물러간다.

아야나 리조트에 도착했다. 북소리 울려 퍼지고 레이를 걸어주며 환영한다. 머물 호텔 룸 2개는 연결돼 있어 한집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즐거운 착각이 인다.

사미사미는 아야나 리조트에 있는 야외 레스토랑 이름으로 인도양 절벽 끝에 있다.

사미는 인도네시아의 사마(sama)의 사투리말로 영어의 same이란 뜻이다. sami samime too,

아야나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신들의 안식처, 신들이 머무는 피난처란 뜻이란다.

이곳을 방문한 인간들이 '참 아름다워요'라고 말 하면 머물고 있는 신은 '사미사미'라고 대답했을 것 같고, 이곳 레스토랑에서 '참 맛이 있어요' 하면 역시 '사미사미' 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아야나 리조트의 락바(rock bar)는 인도양 바다 위, 14m의 절벽을 이루고 있는 자연형태로 바위의 특징을 잘 활용하여 만든 곳이다. 세계에서 가장 환상적인 락바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락바서 바라보는 인도양의 노을은 신비한 여백의 움직임에 틀림없다. 노을의 쇼, 환상의 꿈을 노래하며 머물렀다.

 

 

*패러글라이딩 & 제트 스키 타기

손자가 탄 패러글라이딩은 50여분의 준비 끝에 드디어 하늘로 올라간다, '뜬다' 외치는 소리와 동시에 기구가 내려온다. 손자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자기에게 가장 알맞은 속도로 앞을 향해 나가는 젊음을 축복한다.

 

*발리 우붓은 예술의 중심_네카 박물관_아리 스미스를 만나다

남쪽 발리에 있는 우붓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네카미술관을 찾았다. 네카미술관에 닿자마자, 할머니는 미술관 앞에서 사진 찍느라 야단, 다른 일행들은 배가 고프다 야단. 금강산도 식후경, 우붓도 식후경, 그 유명한 우붓의 립 식당인 누리스 와릉이 바로 건너편에 있다. 관광객은 미술관보다 더 좋아한다는 돼지 립, 소스 맛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 파리도 맛을 아는지 떠날 줄을 모른다.

우붓마을은 서울의 인사동 같은 분위기다. 발리의 전통을 배경으로 현대의 경쟁이 흐르는 곳, 예술가들의 존재가 돋보이는 곳. 네카미술관에서 아리 스미스(Arie Smit)의 작품을 만났다. 그는 네델란드에서 태어났지만 인도네시아 우붓에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전시관에서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행운에 감사한다. 아리 스미스의 작품은 파격적인 색채를 사용하여 발리의 아름다운 풍경과 사원과 사람들을 즐겨 그린다. 그의 작품은 섬세한 미와 진한 리듬으로 시적 리얼리즘을 준다. 귀한 작품이 단순한 프레임에 담겨져 굵은 끈 두 줄에 결려 있다. 명화 도난방지는 되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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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자꽃 따는 발리 여인

여인은 긴 막대기로 높은 나무의 캄보자꽃을 껴안아 떨어뜨린다. 흰색, 미색, 분홍색, 홍색의 캄보자꽃은 진한 향기로 열대정원의 여백을 채우고 있다. 꽃 줍고 꽃 따서 레이, 꽃목걸이를 만들어 손님에게 선사한다.

캄보자는 인도네시아 이름으로 프랜지파니라고 하며 플루메리아라고도 부른다

'축복 받은 사람, 당신을 만나서 정말 행운, 나를 찾아줘 고마워'는 꽃말이다

세계적인 향수 샤넬넘버5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물향기의 툰베르기아 그란디플로라

인도네시아를 방문할 때마다 정확한 이름을 몰라 안타까웠다. 매혹적이면서 청아하고 고귀하면서 순박한 이 꽃은 노란빛 속치마를 입고 겉옷으로 흰 모시 치마저고리에 파란 옷고름을 늘어뜨린 모습의 물 향기가 나는 꽃이다. 화려하고 강한 열대꽃 속에서 고요하다. 고요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이름은 이번 보고르식물원 난하우스에서 책을 구입하면서 정확한 것을 알게 되었다.

벵골 시계덩굴, 벵골 트럼벳, 하늘꽃 등 십여 가지 이름이 있다. 그러니 인도네시아인에게 물으면, 대답하는 사람마다 다 다른 이름을 알려주니 모를 수밖에. 왕립원예학회에서 정원 훈장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대단한 덩굴 꽃이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 말자.

 

*인도네시아, 사랑한다

색연필을 가지고 어린 왕자가 첫 번째 그린 제1호 그림과 같은 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모자가 아니라 보아 구렁이가 코끼리를 속에 넣고 소화시키는 상상, 그 이상의 자연이나 자원의 무한성을 품고 있는 나라다.

유월 이야기의 일부는 관광객의 시선일 뿐. 내면의 어두움이나 어려움도 많을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무한직선에서 뜀뛰기를 기다리고 있는 멋진 나라로, 신이 내려준 대자연의 자연을 보존하기를 희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