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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경리_산다는 것
    관객과 배우 2022. 7. 22. 15:34

    산다는 것_박경리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 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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