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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어령_추위에 바치는 노래
    관객과 배우 2023. 1. 26. 21:30

     

     

     

    「추위에 바치는 노래」_이어령

     

     

    어머니

    아무래도 당신께서 덮어주신 이 이불만으로는

    바이칼호의 추위 만주벌판의 추위

    유별난 알래스카의 그 추위를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건 가난의 추위이고 혼자 있는 추위이고

    전쟁의 추위입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덥혀주신 구들장만으로는

    천년 동안의 추위를 참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좀더 따뜻한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의 겨울 이야기처럼 처마 끝에서

    밤새 소리 없이 얼다가 눈부신 아침

    햇빛처럼 매달리는 그런 고드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개구리 도마뱀 땅속에 묻힌 파충류의 꿈

    허들링으로 벽을 만들어 눈보라를 막는 펭귄들의 사랑

    세마리 개와 겨울을 자는 호주의 원주민들

    아닙니다 어머니 지금 어느 눈 골짜기에 핀 매화를 찾아

    집을 나섰다는 할아버지의 그 지팡이가 필요하답니다

     

    어머니의 겨울 이야기가 들려오는 베개맡의 밤

    나는 천년의 긴 추위에도 떨지 않으렵니다

    "참새는 추운 밤에 어디서 자지?"

    당신의 증손자가 물으면 어머니가 내게 하신 말씀처럼

    "얘야! 그렇게 묻는 네 가슴속에서 잠을 잔단다"

    대답하렵니다

    어머니 이것이 천년의 추위에도 떨지 않는

    사람들의 생, 사랑의 양식,

    어머니의 겨울 이야기입니다.

     

    2023년1월26일 구미동 13층에서 갑자기가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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