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나태주/다시 9월이

갑자기여인 2023. 7. 3. 20:21

<필사>

 

딱총나무꽃_문**촬영, 수목원에서

 

 

「다시 9월이」

 

                       나태주  

 

 

기다리라, 오래오래

될 수 있는 대로 많이

지루하지만 더욱

 

이제 치유의 계절이 찾아온다

상처받은 짐승들도

제 혀로 상처를 핥아

아픔을 잊게 되리라

 

가을 과일들은

봉지 안에서 살이 오르고

눈이 밝고 다리 굵은 아이들은

멀리까지 갔다가 서둘러 돌아오리라

 

구름 높이, 높이 떴다

하늘 한 가슴에 새하얀

궁전이 솟았다

 

이제 제각기 가야할 길로

가야할 시간

기다리라, 더욱

오래오래 그리고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