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이어령/뜸 들이기

갑자기여인 2024. 2. 8. 00:29

 

2023년 늦가을, 아파트 뒷공간에 버려진 스팟트필름

 

 

 

 

뜸 들이기/이어령

 

뜸을 들인다는 말은 밥을 지어본 사람만이 압니다

그리고 밥을 지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압니다

밥이 다 되었어도 금세 솥뚜껑을 열어서는 안 됩니다

조금만 참는 것, 조금만 더 기다리는 것,

거기에서 인생의 참된 맛이 우러나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사달라고 조를 때 뜸을 좀 들입시다

아이들이 나쁜 짓을 하더라도

뜸을 들이다가 야단을 칩시다

3분을 못 참아 30분 동안 지은 밥을

설익게 한 적은 없었는지

밥을 지을 때마다

내 아이 뜸 들이기를 조용히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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