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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반대편을 향하여 외 몇 편관객과 배우 2025. 9. 14. 21:02
(2025년 9월14일, 오후6:46 13층 아파트에서)

한티재 시선 022
김윤현 시집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에서
「10월」
초록을 안고 사는 사람들보다
초록을 내려놓고 사는 사람이 더 그리워지는
꽃내음에 젖어 사는 사람들보다
마른 풀에서도 꽃향기를 느끼는 사람이 더 생각나는
단풍으로 물든 사람보다
단풍으로 물들게 해 주는 단풍나무 같은 사람이 더 보고 싶은
벌써 시월도 끝이네 하는 사람보다
아직도 시월이야 하는 사람의 손을 잡아 주고 싶어지는
「반대편을 향하여 」
요즘 와서는
자꾸만 반대편이 그리워진다
내가 볼 수 없는 또 다른 나
육체를 건너뛴 그 너머 영혼
질문에 대한 엉뚱한 응답이며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과 풍경
아아, 낮에는 별이 하늘을 가득 채우는 밤이 그립고
더 이루려는 미래보다 없어서 더 정겨웠던 과거
내 세우기만 했던 앞보다 받쳐 주기만 한 뒤가 더 그립다
너무 나아가기만 했던 걸까
자꾸만 반대편으로 걷고 싶을 때가 있다
햇볕을 쬐려 나아가기보다 햇빛이 들 때까지 기다리며
무엇을 뒤집어 보려는 걸까
반대편을 향하는 그리움이 내게는 있다
「사는 일 」
사는 일이 때로는 이럴 경우도 있지
가령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영문도 모르고 몸이 한쪽으로 쏠린 채
거미줄을 팽팽하게 당겨 주어야 하는 풀잎 같은
「슬몃」
가을이 다가오면서
관절이 약해진 풀잎이 놀랄까 봐
잠자리는
살며시 내려앉았다가
오래 머물지 않고
슬몃 날아오른다
그걸 본 하늘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더 높고 더 푸르러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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