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 17

오정순_<<무죄>>

오정순의 디카시집 《무죄》 "어느 날 디카시라는 장르가 내게 왔을 때부터 나는 준비된 사람처럼 디카시 창작에 몰입했다. 팬데믹 시기를 지나는 동안 힘드는 줄 모르고 대상과 밀착해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깨달음을 얻었다. 때로는 가치 전복이 일어나 신선했다." (시인의 말)중에서 오정순_전남 광야 출생, 1993년 현대수필로 작품활동, 수필집《그림자가 긴 편지 》 외 다수, 수필문학대상, 구름카페문학상 외 다수 수상, 제4회국제한국디카시공모전 대상 수상

관객과 배우 2022.04.27

노랑 나비 한 마리

오랜만에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랑 나비가 보입니다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오너라 노란 나비 흰나비" 노랑 나비 한 마리가 발끝을 흔듭니다 가는 길 멈추고 내려다보니 노랑나비도 오랜만이라며 올려다 봅니다 나비 노란색은 부드럽습니다. 맑고 깨끗해 더러워지기 쉽습니다. 날아다니다 멈추고 다시 날아오르는 날개의 무늬는 화려합니다 보도블록 면에 붙어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날아가라고 손짓 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곁에 있는 풀을 흔들어도 꿈쩍하지 않던 놈이 스마트폰을 동영상으로 변환하는 순간 날기 시작했어요. 얼떨결에 샷터를 눌렀지만 이미 보도를 지나 풀밭으로 날아갔네요. 분명히 풀밭으로 갔는데 제 눈에는 보이질 않습니다. 움직이는 모습을 찍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땅바닥에 무릎끓고 근접촬영하는 마누라..

수필은 시도다 2022.04.25

조용한 귀룽나무꽃

벚꽃은 피었다지고 싸리꽃은 한창, 쪽동백나무와 때죽나무는 만삭된 몸으로 민들레꽃을 내려다보고 있는 바로 이 때, 숨어서 봄바람과 놀고 있는 흰꽃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동네 가까이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어제는 그 나무 를 촬영하기 위해 한 50도 각도의 경사진 곳 위에서 내려오려니 도저히 다리가 떨려서 내려오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동네 반바뀌 돌았을 때, 골목길 작은 건물 주차장에서 어제 발견한 흰꽃나무를 볼 수 있었습니다. 푸른 산허리에 늘어진 아름다운 꽃줄기, 숨어 피어 있는 맑음, 덩굴따라 노래하는 작은 새들, 모두가 조용하고 웅숭깊음뿐이었습니다. 욕심이 생겨 다시 그 꽃을 근접촬영하기 위해 주차장 뒷길로 올라갔습니다. 오늘은 어제 내려오려고 애썼던 것 보다는 좀 쉬웠지만, 미친 짓이라..

관객과 배우 2022.04.21

복효근_목련 후기

목련 후기/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관객과 배우 2022.04.16

이근화 시집_<<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

이근화 시집 《뜨거운 입김으로 구성된 미래》_「악수」, 「약 15도」 악수 거미줄은 나의 집 나만이 나를 매달 수 있고 나는 끝까지 나를 뜯어낼 수 있다 흘러서 고이는 이름들 나의 거울들 오늘은 괴물이 웃는다 몸이 검고 매끄럽고 슬프다 하염없이 노래를 부른다 시끄럽게 빠져나가는 것들 박힌 못을 빼내는 대신에 걸어둘 것을 서둘러 찾는다 열걸음 스무걸음 나머지 한발짝을 남겨둔다 누덕누덕 기운 자루를 끌고 간다 그 안에 누가 있는가 내가 끌고 내가 담는다 나를 담고 내가 당긴다 내가 없는 나의 목소리 빈 수레가 돌아가는 골목길 김영희(문학평론가) 해설_ 눈은 감으면에서 일부 시집은 「악수」라는 시로 시작한다. '악수'는 존재의 분열에 착안하여 읽을 수도 있고, 인생의 지도 위에 잘못 둔 수로 읽을 수도 있을 ..

관객과 배우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