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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거울까?/크리스티나 로제티관객과 배우 2025. 5. 1. 19:43
「무엇이 무거울까?」 크리스티나 로제티(영국의 여류시인 1830~1894) "무엇이 무거울까"에 대한 답으로 시인은 "바다 모래와 슬픔"이라고 답을 합니다. 처음에는 구체적 사물을 말하고, 다음에는 추상적 상징을 연결하여 이야기하고 있지요. 글쎄요, 저라면 무거운 것은 '바위, 그리고 우리가 짊어지고 가는 삶의 무게' 라고 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바람이 싸늘한 초봄, 무심히 길을 걷다가 길 가장자리에 피어 있는 작은 풀꽃을 보았습니다. 쌓인 눈을 뚫고 피어난 파란 꽃잎이 얼마나 정교하고 어여쁜지요. 짓밟고 갈아엎어도 눈폭풍 속에 피어나 생명의 소식을 알려주는 봄꽃은 작지만 절대 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봅니다. 짧은 가 하면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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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 고운 손/노정숙관객과 배우 2025. 4. 28. 21:28
89세, 고운 손노정숙 광역버스를 탔는데,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분이 나를 옆에 앉으라고 이끈다. 자리에 앉고 보니 곱게 모은 손에 메니큐어가 예사롭지 않다. 보라색에 은빛 반짝이가 도드라져 눈길을 끈다. 손톱 손질 어떻게 하셨냐고 물으니 심심해서 직접 했다고 한다. “멋지세요.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하니 손을 모아주신다. 가운뎃손가락에 보라색 빨간색 보석이 줄줄이 박힌 반지도 반짝인다. 보라색을 좋아해서인지 외롭게 살았다고 하신다. 그러고 보니 모자도 코트도 보라색이다.지금 89세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1살에 결혼해서 5녀 1남을 두었는데 남편이 41살에 저세상을 갔다고 한다. 돈 벌며 자녀들을 혼자 키웠다. 사는 게 힘들었지만, 자녀들이 모두 결혼했고 손자녀가 13명이라고 한다. 지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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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나무/정호승관객과 배우 2025. 4. 28. 20:42
「슬픔의 나무」 정호승 살아서는 그 나무에 가지 못하네그 나무 그늘에 앉아 평생 쉬지 못하네그 나무에 핀 붉은 꽃도 바라보지 못하고그 나무의 작은 열매도 먹지 못하네내 한마리 도요새가 되어 멀리 날아가도그 나무 가지 위에 결코 앉지 못하네나는 기다릴 수 없는 기다림을 기다려야 하고용서할 수 없는 용서를 용서해야 하고분노에 휩싸이면 죽은 사람처럼 죽어야 하고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야 하네그래야만 죽어서는 그 나무에 갈 수 있다네살아 있을 때 짊어진 모든 슬픔을그 나무 가지에 매달아놓고 떠나갈 수 있다네 정호승 시집 《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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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랫줄/서정춘관객과 배우 2025. 4. 16. 22:13
서정춘 시집 《물방울은 즐겁다》 「빨랫줄」 서정춘(1941년 전남 순천 출생, 제3회 박용래문학상 수상, 제1회 순천문학상 등 시집 《죽편》, 《봄, 파르티잔》,《귀》,《이슬에 사무치다 》 등) 그것은, 하늘아래처음 본 문장의 첫 줄 같다그것은, 하늘아래이쪽과 저쪽에서길게 당겨주는힘줄 같은 것이 한 줄에 걸린 것은빨래만이 아니다봄바람이 걸리면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비가 와서 걸리면떨어질까 말까물방울은 즐겁다그러나, 하늘 아래이쪽과 저쪽에서당겨주는 힘그 첫줄에 걸린 것은바람이 옷 벗는 소리한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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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는 겁쟁이, 참새는 대장관객과 배우 2025. 4. 11. 21:22
요즘 걸으면서 '돈 주고도 못사는 동네가 바로 여기'라고 예쁘게 중얼중얼한다개나리 벚꽃 살구꽃 매화 만발, 목련은 지고 피고 설유화 피고 산당화 입 벌리고탄천의 거북이들은 돌덩이 위에서 멋진 포즈로영심이 그 사진 찍기에 바쁘다 * 물까치는 한 두마리가 아니고 아홉 열마리 떼지어 겁먹은 듯 날아 다닌다'돈 주고도 못사는 동네가 바로 여기' 다 *머리는 검은색이며 몸은 옅은 회갈색을 띈다 날개와 꼬리는 청회색이며목에서 배꼽은 회백색이고 꼬리 끝은 흰색이다> 출처-과학학습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