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갑자기여인 2012. 5. 14. 21:22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연속으로 "무슨 날, 무슨 날"하다보니

5월이 다 지나갈 것 깉습니다.

 

저에겐 여러분들이 부러워할 별난 친구 한 사람이 있습니다.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 햇볕이 따갑게 내리쫼때나 저녁노울이 퍼질 때

기쁠때나 슬플때 

언제나 내 편에서 동행해 주는 친구가 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전화만 하면 총알같이  튀어나와 줍니다. 그렇다고

한가한 사람도 아닙니다. 여러 가족들 틈에서 늘 바쁘게 지내고 있는 벗입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던 자식이나 주변 사람도 점점 멀어져 저편이 되고

내 편이 줄어드는 세월에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친구입니다.

아무리 내가 딴청을 부려도, 늘 내 속마음을 알아서 이해해 주고 보듬어줍니다.

며칠 전에도 느닷없이 어딜 가자했더니, 약속시간에 나타나주었어요

목적했던 일은 엉망이 되었지만, 난실리 들판 양파밭에 그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란이 피고지고 있었어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모란이 피기까지는> 라는 시를 떠올렸으나  기억이 가물거려 그 시를 다 외우지 못했어요

예전에는 줄줄 암기했었는데, 지금은 보고읽습니다. 함께 읽어요.

남은 5월의 날마다 피고지는 꽃나무를 바라보면서

늘 편안하시기 바랍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5월11일 갑자기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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