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겨우살이' 보냅니다

갑자기여인 2013. 4. 4. 21:22

 

                              겨우살이 보냅니다

 

                                     

                                                                                     이원화

 

   아무리 높고 위험한 곳에 매달려 있을지라도 두 분을 위해서라면, 그걸 꺾어올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유난히 봄빛이 따뜻한 오후였습니다.

 

   지난달 안동지방에 다녀왔습니다.

   일행들과 함께 산기슭 절벽을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어느 분이 우리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바로 앞에 강을 낀 절벽에 허리 굽은 채, 물줄기를 내려다보는 도도한 느티나무 꼭대기에 붙어 있는 새둥주리 같은 물체를 가리켰습니다. 저것은 '겨우살이'라고 했습니다. 햇빛과 구름이 함께 돌고 있는 강물의 풍경 사진 몇 장 찍으며 그들과 뒤떨어져 바쁜 걸음 걷고 있는데,

   그분은 또 "저것은 만병통치약" 이라 하며, 아주 귀한 것이라 했습니다. 역광으로 밝게는 볼 수 없었지만 태양빛을 받은 그 물체는 자신의 몸속을 완전히 노출하여 에너지가 퍼지는 듯 보였습니다. 저는 반신반의하며 그걸 찍었습니다. 생명을 잃은 늙은 가지에 붙어 있지만 태양과 흙 그리고 바람과 빗방울이 뭉쳐진 나무의 삶이 매달려 있는 듯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겨우살이란 추운 겨울 동안 입고 먹고 지낼 옷이나 양식 따위를 이르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 겨우살이가 아니었습니다.

만병통치약이라 부른 겨우살이는 옛 선조들이 초자연적인 힘이 있다고 믿어온 신성한 식물로 여겨 왔답니다. 참나무, 팽나무, 물오리나무, 밤나무 등에 기생하며 영양분을 취하는 반기생식물입니다. 추운 겨울 다른 나뭇잎들은 다 떨어지는데도 나무줄기에 뿌리를 박아 물을 흡수하며 살아가는 강한 식물이었습니다. 일생 흙과 접촉하지 않아도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겨우살이 밑에서 입맞춤을 하면 반드시 결혼한다고 믿는 풍속도 있고, 제주도의 민간에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바다 속에 자라는 미역, 다시마, 톳 같은 해초의 정기가 수증기가 되어 공중으로 올라갔다가 빗물에 섞여 동백나무 가지 위에 떨어져서 생겨났다고 전해진답니다. 그래서인지 한방에서 여러 질환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항암식물의 하나로 쓰이기도 하고 지혈작용도 뛰어나며 차를 끓여 마시기도 한답니다.

 

   오랫동안 계속하던 각자의 사회생활을 끝마치고, 시원하다고할까 섭섭하다고 할까 그 어떤 준비도 계획도 없는 상태에서 책임의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알 수 없이 허탈하고 무너져 내리는 시간을 새롭게 제2의 삶을 시작하였지요.

   그런데 오늘 두 분의 아프다는 전화를 받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전과 다르게 몸 상태에 변화가 자주 생겨서 위축되고 불안하며 정지 상태까지 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헬렌 니어링 지음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늙음은 땅과 죽음 사이에서 순환하는 삶의 내리막길을 가는 것. 늙음은 몸의 기력이 떨어지는 분명한 단점과 아울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일은 사람이 늙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희망과 계획의 자리에 후회가 들어설 때 사람은 늙는다. 일과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늙음을 막는 가장 훌륭한 처방이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너무 걱정 말아요, 우리는 벌써 가치 있는 일에 관심과 노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다 같이 아래 그림의 '겨우살이'를 하나씩 나누어 가집시다.

   겨울에 살아 있는 비록 추위와 위험 속에 달라붙어 있다 할지라도 자신 있게 꽃피우는 '겨우살이'보다 더 화려한 꽃을 피워 따뜻한 날씨에 다른 사람에게 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