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글, 그 안의 나_이원화 에세이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_흰색은 존재의 빛깔

갑자기여인 2016. 2. 14. 00:55

이원화 에세이 21페이지

 

흰색은 존재의 빛깔

 

'모든 색깔을 품거나 소유하지 않고 반사시키는 흰 빛깔은 존재의 빛깔'이라고 김영기 교수는 『한국미의 이해』에서 말한다.

꽃꽂이 작품을 구성할 때는 먼저 조형의 요소인 색채, 공간, 양감 등을 고려하여 구상을 한다. 꽃과 소재를 선택할 때도 색채, 형태, 수명을 생각하며 구입한다. 색채는 조형요소 중에서 가장 감각적이며 인간의 생활 감정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람은 빛깔로 마음을 말한다. 빨강은 다이내믹한 것을, 노랑은 경쾌함을, 분홍은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흰 색은 모든 빛깔을 반사시켜 신선하고 가벼워 보이는데 검정색은 모든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무겁고 어둡다. 백색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색으로 단순하고 순수하며 정결함을 나타낸다. 꽃꽂이작품에서 백색 꽃은 다른 색의 꽃에 방해를 하지 않으며 다른 색과 어울리며 함께 있는 꽃이 선명하고 생생하게 보이도록 해 준다.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구성하였을 때, 배색의 통일과 변화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안정감이나 세련미가 없게 된다. 이런 경우 흰 색 소재를 삽입하면 완성도가 높아진다. 흰 빛깔은 다른 것을 흡수하지 않고 스스로 다른 색을 보완해 주기 때문이다. 사계절 내내 생산되는 오상고절을 상징하는 국화는 단정하고 은은한 향기를 낸다. 온갖 초목이 다 시들어가는 가을에 말없이 피고 진다. 일상에서 무심히 대하던 작디작은 흰 국화 몇 가지를 꽃꽂이작품에 넣으면 꽃과 꽃 사이를 연결해 주고 공간처리도 되어 깊이 있는 꽃예술작품이 된다. 흰 소국은 다양한 색과 형태의 식물 속에서 주눅 들지 않는다. 자신의 색이 존재의 흰 빛깔이기에.

흰 빛깔은 자신을 들어내지 않고 끝도 없이 솟아나는 욕심의 빛깔을 멀리하며, 담지 않고 되돌려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