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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립 보행/박기섭관객과 배우 2016. 3. 8. 21:09
이 시대 창작의 산실| 박기섭 시조시인 |대표작
나의 직립 보행
가장 먼 길을 돌아 가장 가까이 왔다
하도나 가까워서 때로 너 안 보이고
뭇 밤의 애젓한 이마에 흰 이슬이 박혔다
너 없는, 그 가공할 허기가 들레던 날
나의 직립보행은 마침내 시작되었다
너 하나 만나기 위해 육백만 년을 걸어왔다*
모서리가 닳은 채로 서걱이던 나의 별은
너의 잔기침에 가볍게 부서진다
홀연히 세상에 없는 춤사위가 빛날 때
그 뻘밭 그 진구렁 얼음강에 덮혔다가
마안한 하 세월의 모랫벌이 되기까지
오, 너는 어느 만년설을 홀로 건너온 무지개더뇨
*인간의 직립보행은 육백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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