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이우환 화백의 중간자

갑자기여인 2016. 7. 4. 16:06

 

장마가 계속 되는가 봅니다. 탄천을 걸으며 빗방울 속에서

점(點)과 선(線)을 찾아보았습니다. 신문과 방송 뉴스시간 마다  제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이우환 노화백의 기사를 보면서 마음이 아펐기 때문입니다

아래 글은 2002년 (주)현대문학에서 펴낸『여백의 예술 』이란 책 24페이지에 실려 있는 글입니다.

           

 

 

 

 

 

 

 

 중간자中間者

 

     나는 고독하다. 어디에도 마음놓고 쉴 수 있는 곳이 없다. 

    나는 결코 외톨이가 아니다. 다양한 관계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엉거주춤한 상태에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이십 년간 거기에서 자라고, 그 뒤에는 일본에서 사십여 년간을 살고 있다. 또 그간의 삼십여 년을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를 뛰어다니면서 지내왔다.

   그 탓인지 나에 대해, 한국에서는 일본 색깔에 젖었다고 하고,  일본 쪽에서는  역시 한국 냄새가 짙다고 하고, 또 유럽에 가면 저 녀석은 역시 동양인이라고 내치고 싶어한다. 마치 탁구공처럼 되받아쳐저야 할 중간자로 몰아세워, 어느 쪽에서도 내부 사람으로는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늘 쓰라린 지점에 서 있다. 곧 어디에서나 내쳐지고 위험분자처럼 여겨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도망자로, 다른 쪽에서는 침입자로 공동체 밖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의아하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은  이쪽도 필사적으로 상대방을 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일체一體가 되지 못하고, 어긋나 있는 몫만큼 상대방이 잘 보인다.

   거리의 역학이 오늘날의 나를 만든 것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 소외성의 거리는 아픔이며, 또한 힘이다. 보거나 보이고 있다는 것은 무척 쓰리다. 그러나 이 거북한, 장소 아닌 장소야말로 살아 있는 세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군데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음먹고 움직이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짓을 되풀이하고 있는 동안에, 사물을 공동체 밖으로 끌어내어, 끝없는 차이성으로 보는 버릇이 붙었다.  임없이 외부성에 바래고, 이타성으로 살아가는 나날은 격렬하고도 슬프다.

 

 

 

 

 

 

 

 

 

 

 

 

 

 

 

 

 

 

 

 

 

 

 

 

 

 

 

 

 

 

'관객과 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는/이원화  (0) 2016.07.17
꽃이 시들어 가는 것도 사랑이다  (0) 2016.07.05
호야꽃처럼  (0) 2016.06.12
2016년 <해인글방 여름편지> 함께 읽어요  (0) 2016.06.11
이우환 화백의 <싸악싸악>  (0) 201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