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시가 많다. 마음을 녹여주는 아름다운 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시,
좋은 시가 읽고 싶다.
아랫시는 이우환 화백의 소년 시절에 쓴 시다. 그의 어린 시절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이우환 시집 『멈춰 서서』제 6부 소년(1952~1956)
싸악싸악
산골짜기 작은 마을에서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쌀을 씻고 있던 어머니
콧노래 흥얼거리며 새 울음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호통치는 소리 속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싸악싸악
언제나 쌀만 씻고 있어
같은 일만 하는 게 뭐가 재미있어 물으면
저 나무가 매일 똑같아 보이느냐고 되물으며
어린 나를 바라보았다
산도 계곡도 없는 큰 도시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빵을 베어 물며 책을 읽는 나날들
까닭도 없이 짜증스러워져
홀로 담배에 불을 붙이면
연기 속에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고
어디선가 싸악싸악
창밖을 바라보면
오늘도 거기에 서 있는 나무는 새롭고
조용히 웃음이 피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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