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한결문학회_덕수궁 둘레의 언저리에서(2)

갑자기여인 2016. 7. 18. 21:50

      꿈을 꾼다. 선명한 총천연색이 무서워 거칠게 헐떡거리는 심장을 움켜쥐고 깨어나선 새벽을 기다린다. 그 새벽과 함께 커피를 끓여 마시며 나 혼자의 아침  향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곤 종일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릴 때에 한해서 나는 행복하다.

                                                                                                                                                 -천경자『 탱고가 흐르는 황혼』

 

 

 

      환상이라고 할 수 있는 괴기성이나 미지의 세계, 불안 또는 슬프고 아름다운 설화성은 태고적부터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꿈도 아니고 무슨 기발한 공상도 아니고 바로 일상생활에서 겪는 현실이란 걸 차차 깨닫게 되었다...... 실로 내일이라는 길흉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지상 세계, 그 미지의 불안을 헤쳐 나아가는 아기자기한 스릴, 그야말로 환상세계같은 현실을 어떻게 총명하게 헤쳐 나가느냐가 사는 것이고 천국보다 몇 배 낫다고 생각한다.

                       -천경자 『캔맥주 한잔의 유희 』

 

 

 

 

 

      거울에 비치는 내 양눈가에 흐르는 주름살을 바라본다. 누가 지워준다 해도 아까와서 영 간직해두고 싶은 주름살이다.

왜냐하면 내 반생의 역사가,  인생의 슬픈자국이 아름답도록 그대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천경자 『자유로운 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