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화 에세이
초보 만화/이원화
봄바람 불고 있다
부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몇 초가 지났을까
"어머, 엘리베이터가 왜 움직이질 않지요"
"아니, 당신 뭐하고 있어,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남편은 버럭 화를 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부부는 아파트 현관문으로 간다
삐걱 남편이 문을 밀고 나간다
바로 뒤따르던 아내의 이마가 유리문에 딱 부딪혔다
앗, 아내는 소리쳤다
남편은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그냥 앞으로 간다
유치원 아이들의 소리가 조용하다
남편이 좋아하는 국수를 먹고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앞에 여인이 서 있다
남편은 재빨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U자를 그리며 여인에게 먼저 타라고 한다
그때다
여인은 머리를 약간 숙이며 탄다
부인은 벙벙하게 서 있다
여인은 9층에서 내린다
요즘 젊은 여자들 좋을 것 같아, 한마디 더 하려는데
남편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저 여자는 고운 여자야, 고와라고 한다
엘리베이터는 부부가 살고 있는 층에 멈췄다
빨리 내리던 남편은 벌렁 나가둥그러진다
아내는 큰소리로
"여보, 왜 미끄러져서 사람 놀라게 해요"
비눗방울이 봄바람 타고 날아간다.
'꽃, 글, 그 안의 나_이원화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까치꽃"_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 (0) | 2017.03.12 |
---|---|
오리 고백_이원화 (0) | 2016.12.28 |
3월의 산수유/이원화 (0) | 2016.03.31 |
에세이집<꽃, 글, 그 안의 나>를 읽고 (0) | 2016.02.21 |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_흰색은 존재의 빛깔 (0) | 2016.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