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글, 그 안의 나_이원화 에세이

초보만화/이원화

갑자기여인 2016. 11. 15. 22:11

이원화 에세이

 

초보 만화/이원화

 

봄바람 불고 있다

부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몇 초가 지났을까

"어머, 엘리베이터가 왜 움직이질 않지요"

"아니, 당신 뭐하고 있어, 버튼을 누르지도 않고"

남편은 버럭 화를 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부부는 아파트 현관문으로 간다

삐걱 남편이 문을 밀고 나간다

바로 뒤따르던 아내의 이마가 유리문에 딱 부딪혔다

앗, 아내는 소리쳤다

남편은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그냥 앞으로 간다

유치원 아이들의 소리가 조용하다

남편이 좋아하는 국수를 먹고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앞에 여인이 서 있다

남편은 재빨리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

U자를 그리며 여인에게 먼저 타라고 한다

그때다

여인은 머리를 약간 숙이며 탄다

부인은 벙벙하게 서 있다

여인은 9층에서 내린다

요즘 젊은 여자들 좋을 것 같아, 한마디 더 하려는데

남편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 저 여자는 고운 여자야, 고와라고 한다

엘리베이터는 부부가 살고 있는 층에 멈췄다

빨리 내리던 남편은 벌렁 나가둥그러진다

아내는 큰소리로

"여보, 왜 미끄러져서 사람 놀라게 해요"

비눗방울이 봄바람 타고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