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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몇가지를 소개한다수필은 시도다 2019. 7. 29. 22:46
♤♤-정여울과 함께 읽는 생텍쥐페리의 아포리즘-
『마음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정여울 지음
☆《전투 조정사 Flight to Arras》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살다 보면 명백하게 이기는 승리도 있지만, 지는 것 같은데 결국 이기는 승리도 있다.
사람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패배도 있고 누군가를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패배도 있다.
인생은 그 사람이 어떤 환경에 처해 있는가가 아니라, 인생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승리보다 소중한 패배>
때로는 오랜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다. 승리의 진가와 패배의 결과를,
시간이 지날수록, 한때 '멋진 성취'라고 생각했던 일은 나의 어떤 소중한 부분을 희생해야 하는 것이었고, '그건 정말 부끄러운 패배'였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의 결핍을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도 많았다.
결국 승리냐 패배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경험에서 내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중요했던 것이다. 아무리 승리해도 그 승리에서 자기만족만을 얻었다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진정한 승리일 수 없다. 아무리 패배해도 그 패배에 승리보다 더 값진 것을 배운다면, 패배는 승리보다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성채 The Wisdom of the Sands》생텍쥐페리
결혼 피로연이 끝나 초대받은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난 뒤의 광경이 어떤지 너는 알고 있겠지. 새벽이 되면 손님들이 벌여놓은 엄청난 혼돈의 풍경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지. 병들은 깨져 있고, 테이블은 엎어져 있고, 촛불은 모두 꺼져 있고, 전날의 떠들썩한 파티의 흔적을 고스란히 폐허가 되어 남겨진 사람을 힘들게 하지.
그러나 이런 혼돈의 폐허만 생각한다면 너는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게 된단다.(......) 양초의 본질은 촛불이 다 타고 나서도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밀랍이 아니라 바로 촛불이니까.
♤ 양초의 본질은 촛불이다
페허의 풍경 위에서 무언가를 발견해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무질서와 혼돈 속에서도 길을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마음결을 따라 묵묵히 걸어가 마침내 숨은 진실의 넋을 길어 올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다 타버려 지저분한 촛농 덩어리만 남은 흔적을 보고도 그 양초가 얼마나 환한 빛을 피워 올렸을지 능히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양초의 본질은 흔적을 남기는 밀랍이 아니라 바로 촛불이니까
☆ 어린 왕자
어린 왕자, 너의 조그마한 별에서는 의자를 몇 발짝 옮겨 놓기만 해도 원할 때마다 석양을 바라볼 수 있었다지…….
"어느 날에는 해 지는 모습을 마흔네 번이나 봤어!"
그리고 잠시 후 이렇게 말했다.
"아저씨도 알 수 있겠지……. 아주 슬플 때는 누구나 해 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얼마나 슬펐기에 해 지는 풍경을 마흔네 번이나 본 거니?"
그러나 어린 왕자는 아무 말도 없었다.
♤ 자기를 닮은 슬픔
슬픔은 참 이상하다. 슬플 때 기쁜 것을 보면 웬지 모를 이물감이 드는데, 내가 슬플 때 나보다 더 슬픈 것을 보면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갑고 애틋하다. 슬픔을 기쁨으로 덮기보다는 내 슬픔을 타인의 슬픔에 비추어 서로 다른 슬픔들이 지닌 '뜻밖의 닮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나와 닮은 슬픔, 나보다 더한 슬픔을 보는 것이 사탕발림식 위로보다 더 깊은 치유의 열쇠가 되어준다.
어린 왕자도 그러지 않았을까, 이 비좁은 별 안에서 그 어떤 희망도 발견할 수 없다는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발갛게 얼굴을 물들이며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자기를 닮은 슬픔을 발견하지 않았을까. 석양의 빛깔에는 우리도 모르는 치유와 성찰의 에너지가 들어 있다. 매일 해 지는 풍경을 10분만, 아니 5분만 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다면 우리 삶은 분명 달라질 것이다. 더 다사롭게, 더 그윽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 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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