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이기주
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려서 마음마져 축 가라앉은 날이 있다.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 오는 날,
어린자녀와 부모가 우산을 맞잡은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면,
부모라는 존재와 역할과 숙명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녀가 어린 경우 웬만한 부모는 아들딸이 비 맞지 않도록 우산을 자식 쪽으로 가져간다
그러면 아이는 부모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아빠, 옷 젖었어?"
"아니…."
거짓말이다. 부모의 한쪽 어깨는 이미 흠뻑 젖어 있다
자식이 세상 풍파를 겪을수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축축한 옷은 납처럼 무거워진다.
그러는 사이 부모는 우산 밖으로 밀려난다.
조금씩 조금씩,
어쩔 수 없이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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