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한결문학회 11월 모임_<가장 멋진 일 하나>, <세상살이 오묘하고 묘하다>

갑자기여인 2019. 11. 19. 02:01

한결문학회는 11월15일, '마실'에서 정기모임을 가졌습니다

 

김문한님의 시_그곳에 가고 싶다

홍승숙님의 시_자작나무 숲

이소연님의 시_성당 가는 길

이택규님의 시_가을아

박윤재님의 시_가장 멋진 일 하나

김주순님의 수필_세상살이 오묘하고 묘하다

이원화는 미술가 이우환 화백의 시_파편3 외 3편을 소개하였습니다

 

아래에 '가장 멋진 일 하나"와 ' 세상살이 오묘하고 묘하다 '  두 작품을 올립니다

 

 

 

 

 

 

 

 

가장 멋진 일 하나/박윤재

 

하고 싶은 일 하 많아

밤 밝히는 날이

많았던 멋진 세상

 

그 중 가장 멋진 일

하나 해 냈으니

검은 머리 파뿌리 되게 산 일이라

 

예측할 수 없는

여름 날씨처럼

한 치 앞도 못 보던 우리

 

계산도 없이

새로운 시간을 꿈꾸며

함께 살자 고개 끄덕이고

 

물 먹은 솜이불만큼이나

무겁던 세월도

마주 들어 벗기어 내고

 

조그만 행복 조각들 모아

생의 끝자락까지 부끄러움 없이 걸어온

둘만이 아는 긴 긴 길

 

이제 이쯤와 돌아보니

가장 멋진 일 하나 해냈구나

황금빛 노을이 아름다운 이유다

 

 

 

 

 

 

세상살이 오묘하고 묘하다/김주순

 

 

내 긴 머리 한 뭉치가 순간적으로 입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머리카락을 끄집어내지도 못한 체 재빨리 씹었다. 까슬까슬한 머리카락이 입안에 가득하여 손바닥에 뱉어보니 머리카락 사이로 하얀 치아 보였다. 아뿔싸. 거울을 보니 입안에서 대문 역할을 하던 윗니 치아 한쪽이 끊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빨리 치과에 가서 붙여야 되겠네 하는 생각을 할 때 눈이 번쩍 떠졌다. 꿈을 꾼 것이다.

벌써 30년이 흘러간 옛이야기이다. 서예가의 꿈을 키우기 위해 매일 서예 학원에 다녔다. 그때 함께 공부했던 사람 중, 고부간 사이좋게 다니는 분이 있었다. 우린 연습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도 먹고 한 가족처럼 지냈다. 그러던 중 고부간 같이 다니던 회원 두 분이 연속해서 결석을 하였다. 우리는 궁금하여 전화를 했다. 그런데…….

추석을 앞두고 시어머니께서 고향에 갔다 오시겠다고 했다. 해마다 있는 연중행사다. 친척 한 분이 고향을 같이 가자고 모시러 온다고 했지만 그 시어머니는 초보운전자라 미숙하여, 무섭다고 혼자 버스를 타고 가겠다고 거절 했었다. 내려가는 당일, 며느리 꿈이 안 좋았단다. 이가 쏙 빠진 꿈이었다. 그래서 시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윗니니 아랫니 하고 물으셨다. 윗니요 했더니 윗니는 윗사람이 초상난다는데 하면서 무슨 일이야 있을라고? 하면서 흘려듣듯이 말을 하셨다고 한다. 시어머니가 고향으로 떠나시고 이틀이 지난 후 같이 가자고 한분이 전화를 했다. 왜 안내려오시냐고? 그래서 전날 내려가셨다고 하니 안 오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해 보았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경찰에 연락해보니 휴게소에서 사고가 난 사람이 있다고 하였다. 나이를 물어보니 50대 후반으로 보이고 무연고자라 장례식장 냉동실에 보관중이라는 것이었다. 신문에 광고도 내었는데 못 보았냐고 하더란다. 혹시나 해서 그곳을 가보았다. 그곳에서 만난 시어머니는 외로이 멀고도 먼 영원한 나라로 가 계셨다. 휴게소에서 화장실 갔다 와서 보니 차가 없어져서 우왕좌왕 하다가, 다른 버스에 치여 그 자리에서 돌아가신 것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이 빠지는 꿈은 정말로 무서운 꿈으로, 꾸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꿈이 마음대로 꾸어지던 것이더냐.

옛날부터 이가 빠진 꿈은 흉몽이라 하는데 기분이 좋지 않고 불안했다. 그래서 인터넷에 들어가 흉몽 대처법을 검색했다. 나와 같이 흉몽을 꾸면 찜찜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거기에 대한 친절한 답이 있었다.

아침에 정화수를 한 모금을 물고 동쪽을 향하여 뿜고

다음 주문을 3번 독송한다. "흉몽(凶夢) 착초목(着草木)하고 길몽(吉夢) 성주옥(成珠玉)이라" 독송후 대문 앞에 소금을 세 번 뿌린다.

 

돈 드는 것도 아니고 힘든 것도 아니라 불안한 마음에 그대로 했다. 그리고 꿈을 지워버리기로 했다. 그날 탁구를 치러 갔는데 탁구코치가 상을 당했다고 했다. 그래서 누가 돌아가셨냐고 하니 60세 된 시누이가 가셨단다. 내가 흉몽 대처법을 써서 효과를 본 것인가 아니면 내가 탁구코치의 꿈을 대신 꾸어준 것인가. 세상살이가 정말로 오묘하지 않은가?

2019녕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