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이끼 꽃 피었어요

갑자기여인 2020. 3. 7. 16:04

"먼 나라 소인국에서 날아온 작은 보석들이 별, 산호, 죽순 모양으로  서로를 뽐내고 있다.

마르고 엉클어진 아카시아나무 뿌리 사이에서 화사하게 봄 잔치를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

초록색과 파란색을 띈 것들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물기와 흙덩이로 뭉쳐진 이끼 조각을 한 손 가득히 떼어냈다.

어디에 담을까 망설임도 없이 분홍손수건에 싸서 도둑질하는 것처럼 주변을 휙 둘러보고

재빨리 핸드빽에 넣었다."

 

 

윗문장은 몇년 전에 제가 쓴 에세이《꽃, 글, 그 안의 나》에 수록 된 글입니다

 

요즘

아파트 단지 안엔 사람이 하나도 없고  탄천길에선 사람들을 볼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숙주가 있어야 생명력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나도 걸리지 않아야 하지만 남에게도 옮기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하고 있지요. 밥도 혼자서 먹어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대화와 통화를 삼가야한답니다

 

이제는

높은 곳, 앞만 보고 걷던 마음을

큰나무 아래서 젖은 땅바닥을 희망의 빛깔로 물들이고 있는 이끼를 쳐다봐요. 이끼가 꽃을 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