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마스크와 홍매화

갑자기여인 2020. 3. 15. 16:30

 

 

 

 

3월 중턱입니다

      월요일부터 마스크5부제가 시작되었지요

<식약처에서 오늘 약국 마스크 구매 대상자는 출생연도 끝자리 00년도, 신분증 필수. 꼭 필요한 분들이 먼저 사실 수 있도록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한 주 동안 마스크를 구입하지 않고 보냈습니다. 그러나 주말에는 미국이 국가 비상사태를 발표하고 세계가 심상치 않아서,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잘 알려지지 않고 숨어 있는 듯한 건물 3층, 화장실 곁에 있는 약국으로 갔습니다. 미리 전화를 걸어 판매 시간보다 1시간 앞서 오전 10시에 갔습니다. 약국 앞에는 단정한 젊은 맘 a가 첫 번째로 서 있고, 약국 건너편 한방 앞에 놓여있는 2인용 빨간 의자에는 중학생2명이 장난치며 앉아있습니다. 안심되어 3층 상가를 한 바퀴 돌고 왔더니 젊은이 b가 a 다음으로 서있었습니다. 재빨리 b다음에 섰습니다. 중학생 둘도 바닥에 털썩 앉아 삼각받침대에 스마트폰을 걸쳐놓고 서로 찍으며 재미있어합니다. 한참이나 서있었더니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손이 허리로 등으로, 제 뒤에 있던 할아버지 c가 "저리 가서 앉으라,"고 하면서 자리를 봐준다고. 고맙기도 하고 어쩔 수 없어 건너 편 의자에 가 앉았습니다. 줄 선 모든 사람들은 침묵과 무표정으로 어디를 쳐다보는 지모를 표정으로 계속 줄이 늘어나고. 조금 앉았다가 c에게 가서 "저 대신 앉으시라,"고 했더니, 괜찮다고, 서로 앉으라고 하는 데, 갑자기 b가 말합니다. '두 분 자리를 다 맡아주겠다'고. 다 가서 앉으시라고 합니다. 벌쭉한 상태로 저와 c가 앉았습니다. 조금 지났을까, 지팡이 들고 계신 분도 제 곁에 와 앉습니다. 제 양편에서 서로 말을 주고받더라고요. 가운데 앉아있는 저는 여기가 바로 바이러스네, 하며 벌떡 일어났습니다. 시계가 11시 50분을 가리키더라고요. 차례가 되어 신분증 확인 받고 마스크 2개3,000원으로 구입했습니다.

        " 엄마, 근대 마스크 사러 마스크 쓰고 나가면 결국 마스크는 1개 생기는 거네요." 하는 작은 아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짜증과 허탈감뿐.

       상가에서 아파트 쪽문으로 들어섭니다. 모과나무 곁에 있는 분홍 매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습니다. 함민복 시인은 '꽃이 마음을 만져주어, 꽃에게 다가가, 꽃을 만지다가 꽃빛깔을 만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루 빨리 세상에서 피는 꽃, 자연의 빛깔을 마음 놓고 만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