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창작의 산실 ㅣ 최금녀 시인 ㅣ 대표작
月刊文學 616 2020년 6월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 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이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 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 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파벽이 웃는다
청둥오리 두 마리가
푸드득거린다
오리 다섯 마리도
주둥이를 높이 쳐들고
막 달려간다
모처럼 거풍 나온 오리털 이불 세 채는
빨랫줄에서 기분이 좋은 듯 흔들흔들
입 꾹 다물고 과묵했던 파벽조차
빙그레 홍조를 띠는 봄날,
그들 속에 끼어든 나도
토요일 오후를 건들건들
배 부풀어 오른 오리털 이불이
빨랫줄 끊어 먹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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