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이형기(1933~2005)
나무는
실로 운명처럼
조용하고 슬픈 자세를 가졌다
홀로 내려가는 언덕길
그 아랫마을에 등불이 켜이듯
그런 자세로
평생을 산다
철 따라 바람이 불고 가는
소란한 마을길 위에
스스로 펴는
그 폭넓은 그늘......
나무는
제자리에선 채로 흘러가는
천년의 강물이다
'관객과 배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무학 시조시인/문장부호 시로 읽기 2 ㅡ? 외 4편 (0) 2020.07.02 도깨비 가지꽃 (0) 2020.07.01 참새 목욕탕 (0) 2020.06.28 개살구가 지레 터졌어요 (0) 2020.06.24 정여울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읽고서 (0) 202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