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시집 《그늘의 발달》 에서
물린 값으로
술 받으러 구멍가게에 갔다 덜컥 개에게 물렸다
헐렁한 몸빼의 여주인이 개에게
이 계집이, 이 다 큰 계집이,
야윈 어미 개를 내 앞에서 큰딸 혼내듯 했다
내개 되레 잘못한 일이 있었나 뜨끔했다
술을 받아 나올 때 여주인은
여태 눈도 못 뜨는 두 마리의 하얀 새끼 개를 들어 보였다
따뜻한 배를 각각의 손으로 받쳐 들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집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겨우 다시 돌아보았을 때에도
나와 거북 2
시간이여,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사람에게 마른 데를 보여다오
아무도 없는 텅빈 집에 내가 막 들어섰을 때 나의 거북이
작은 몽돌 위에 올라 앉아 사방으로 다리를 벌리고 몸을 말리듯이
저 마른 빛이 거북의 모든 소유(所有)이듯이
걸레처럼 축축하게 밀고 가는 시간이여
마른 배를 보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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