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네가 간 길을 지금 내가 간다.
그곳은 아마도 너도 나도 모르는 영혼의 길일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지 우리 것이 아니다. 2022년2월22일 이어령
당신에겐 눈물이 있다
당신에게 눈물이 있다는 것은
영혼이 있다는 것
사랑이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고 애타게 그리워한다는 것
그리고 뉘우친다는 것
내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흘리는 눈물은
비가 그치자 나타난 무지개처럼 아름답다
눈물에 젖은 빵을 먹는 것은
가난 때문이 아니다
가난을 넘어서는 사랑의 눈물에서만
영혼의 무지개가 뜬다.
바다와 하늘로 만든 김자반의 맛
김을 모르고 서양 사람들은
카본 페이퍼라 한다
모르시는 말씀 그건 초록색 바다 밑
몰래 흑진주를 키운 어둠이라네
파도가 가라앉아 한 켜 한 켜 쌓여서
만들어낸 바다의 나이테를 아는가
어느 날 어머니가 김 한 장 한 장
양념간장을 발라 미각의 켜를 만들 때
하얀 손길을 따라 빛과 바람이 칠해진다네
내 잠자리의 이불을 개키시듯
내 헌 옷을 빨아 너시듯
장독대의 햇빛에 한 열흘 말리면
김 속으로 태양과 바닷물이 들어와 간을 맞춘다
김자반을 씹으면 내 이빨 사이로
여러 켜의 김들이 반응하는 맛의 지층
네모난 하늘과 바다가 찢기는 맛의 평면
이제는 손이 많이 간다고 누구도 만들지 않는
어머니 음식이라네
빈 장독대 앞에서 눈을 감으면
산간 뜰인데도 파도 소리가 나고
채반만큼 둥근 태양의 네모난 광채
고향 들판이 덩달아 익어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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