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시도다

가는 빛, 너그러이

갑자기여인 2022. 7. 30. 23:27

 

    저녁 설거지하기 싫어 뭉그적거리다가 창가를 내다봤다. 사방이 불그름하다. 앞쪽 베란다로 왔다. 노을이 보랏빛이다.        옷차림은 나 몰라라 그냥 운동화를 신고 내려갔다.

    자동차 전신에, 나뭇잎, 땅바닥이 온통 보랏빛이다. 트럭에 쌓여 있는 복숭아도 보랏빛, 탄천으로 내려가다 돌계단 중간에서 한 컷, 맨아래로 내려가 한 컷을 찍는데, 빨간 빛으로 반짝이던 강물이 어두워진다. 다시 계단 위로 오르다가 중간지점에서 한 컷. 계단 맨 위로 오르니 노을은 사라지고 있었다. 순간이다. 그래,  삶이란  노을인 것을, 왜 오늘 하루도 실망하고 후회하고 아파했을까? 그냥 지나가면 됐을 것을

 

    시인 딜런 M. 토머스는 하루가 저물 때 노년은 불타며 아우성쳐야 합니다라고 했다. 현실은 그저 수용하고 잠잠하라고만 한다. 가는 빛, 너그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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