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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한/신문지 외 1편한결문학회 2023. 2. 16. 20:35
신문지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신문
많은 소식 들고 와
신문지가 된다
방모서리에 있는
신문지 정리하다, 나도
이제 신문지라는 생각
쓸쓸해지는데
버려진 신문지
아직 할 일 많다 한다
분수가 있는 세상살이
삶의 길에
순응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
지난날의 흔적은
추억일 뿐, 고집하지 말자
포장이 되고
받침이 되는 것
신문지가 할 수 있는
기쁜 일 아니겠나
겨울에 내리던 봄비
오늘도 전선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고
많은 전사자가 생겼다는 방송
어쩐지 심란하다
중부전선으로 가는 도중
소식 전해 듣고 달려 나온 사촌형
수심 가득한 얼굴
나를 만나자마자 장하다 ‘문한’아
소리 내어 덥석 내 손잡더니 장갑이 없구나
동상 걸리면 안 된다
끼고 있던 낡은 가죽장갑 내 손에 끼워주고
손목 만지더니 시계도 없네
싸움터에서는 시간을 잘 알아야 한다
차고 있던 구닥다리 시계 내 손목에 채워주시던
날씨 추운데 웃으시는 얼굴에 봄비 내리고
비겁하지 말라
살아 돌아와야 한다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에요
걱정 마시고 집에 가세요
나를 태운 트럭은 북쪽으로 달리고
그 자리에 서 계시는 모습 점점 작아져 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시고 자비로웠던 사촌형
이만큼 커서 은혜 갚고 싶은데
내 마음속에서 웃고만 계시다
(김문한 시인: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문파문학회 회원,
저서로 그날밤의 별, 그리움 간직하고, 내 마음 봄날 되어 등 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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