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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기도는 접속이다관객과 배우 2023. 2. 26. 20:49
<필사>
이어령 시집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기도는 접속이다」
친구와 말하고 싶을 때 나는 컴퓨터나
호주머니 스마트폰으로 접속합니다
보이지 않은 곳에 그가 있어도
들리지 않는 곳에 그녀가 있어도
나는 접속할 수 있습니다
그와 그녀의 아이디만 알면
기도를 드릴 때에는 두 눈을 감고 손을 모읍니다
자판을 건드리는 엄지손이 아닙니다
아이디는 주 예수, 암호는 할렐루야와 아멘
보이지 않아도 들리지 않아도
그 빛과 소리는 내 가슴의 패널 위에
떠오릅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혹은 터치 스크린을 애무하듯 손끝으로 건드립니다
사이버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듯
이제 두 손 모으면 성령의 공간으로
접속할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아주 가까이 오늘 나는 기도를 드립니다
저 영원한 빛과 소리에 접속하기 의해서
주님의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서
손을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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