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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 *통권 제 104호 겨울호 2017 마른 개망초/이원화 우리나라에서 절로 피고 지는 풀꽃은 우리의 야생화다. 문밖을 나서면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듯하다. 두근거림, 무언가 만날 것 같은 예감이 앞서 간다. 살포시 청바지에 달라붙는 것이 있다. 지난여름 여기저기서 밤낮 없이 살래..
권현옥 에세이 2007 우수문학도서 『속살을 보다』중에서 오늘 뭘 했지? 권현옥 질문을 툭 던지는 선배가 있다. 오면서 무얼 보았느냐고 묻는다. 나는 당황부터 한다. 대답하기 전 '질문의 의도가 뭘까?'하고 무의식적으로 멈추는 모양이다. 깜깜이다. "뭐 별로 본 게 없는데요." 생각해보니..
압축과 은유, 그 조화의 아름다움 - 노정숙의 <시간> 따라잡기 윤성근 청색시대 20집, <20>은 변화를 추구하는「현대수필」의 의지를 뚜렷하게 나타내 보이고 있다. 우선 아포리즘 수필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이 이를 증명한다. 전통수필도 그 형식이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작..
『현대수필 2017 여름호』통권 제 102호 그림속의 수필 그림 김종 수필 이원화 꽃으로 꾸민 여백 이원화/수필가 꽃은 순간순간마다 하나하나가 고유한 색깔을 나타냅니다. 한 송이를 꽃병에 기울여 꽂으면 그 빛깔의 향기가 주위에 퍼집니다. 언저리에 이야기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팽팽..
노정숙의 <바람, 바람> 12 겨울 채비 지나온 길 위에 떨어진 흔적을 보네 때로는 꽃보라로 때때로 풋이파리로 이따금 가시를 흩뿌리며 겨우 섰네 몸체보다 깊은 뿌리를 위해 땀과 눈물과 열정을 쏟아 부었지. 벌 나비 새는 정겨운 벗 살가운 훈기로 속살을 오르게 하고 강풍과 폭설은 ..
『마음사전 』 김소연 지음 뒷모습 뒷모습은 절대 가장할 수 없다. 정면은 아름답다는 감탄을 이끌어 내지만, 뒷모습은 아름답다는 한숨 을 이끌어낸다. 누군가의 뒷모습은, 돌아선 이후를 오래도록 지켜보았 을 때에만 각인되기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아련하다. 발길이 떨어지 지 않아..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이 성 복 아포리즘 * 나는 언저리를 사랑한다 언저리에는 피멍이 맺혀 있다 * 날카롭게 보지 마라, 그대의 저주는 쉽게 부러져버린다 *어느 날 나는 '해방 되었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나는 연로(年老)하기 시작했다 *언어가 존재의 집이라면 ..
노정숙의 <바람, 바람>11 피어라, 오늘 70년을 사는 솔개는 40살 쯤 되면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노쇠한 몸 그대로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반년에 걸쳐 새 몸을 만드는 것이다. 산 정상에 올라 바위에 낡은 부리를 쪼아서 빠지게 한다. 서서히 새 부리가 돋아나면 그 부리로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