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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뮈엘 베케트 지음 김예령 옮김 『에코의 뼈들 그리고 다른 침전물들/호로스코프 외 시들, 풀피리 노래들』중에서 "독 수 리" 제 허기를 끌고 하늘을 가로지른다 하늘과 땅의 뼈대 나의 두 개골 속을 엎딘 자들을 덮치러 내려온다 이내 삶을 걷어들고 걸어야 할 그들을 놈을 조롱하는 것..
김광규 시집 《하루 또 하루》 다섯째 누나/김광규 3남 4녀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어머니 일찍 여의고 아줌마 같은 손위 누나들 틈에서 자랐다 어느새 나도 늙었고 이미 몇몇 형과 누나는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인가 노각 오이 같은 영감태기에게 잔소리하는 노처의 얼굴을 쳐다보니 문득 ..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산문 <봄> 벚꽃 피면 생각나는 사람 있다( o ) 없다( ) 그 사람은 내 생각 한다( ) 안 한다 ( o ) 요즘 간절한 것은 사랑 ( ) 내 발에 맞는 신발 ( o ) 내가 사는 아파트 마당 한가운데에 큰 벚나무가 있는데 이 녀석이 벌써 올해의 꽃을 활짝 피었다. 탈이 ..
눈물은 왜 짠가/ 함민복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갈 곳이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님 댁에 모셔다 드릴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차 시간도 있고 하니까 요기를 하고 가시자며 고깃국을 먹으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한평생 중이염을 앓아 고기만 드시면 귀에서 고름..
문학과지성 시인선238 『버클리풍의 사랑 노래』 황동규 시집 산당화의 추억/황동규 1 생(生)의 나중 반절을 부안반도 남쪽 입구에 숨어 산 반계 유형원의 글쓰던 집을 찾아 골목길 입구에서 쥬스 한 캔 사 마시고 사슴 두 마리 물끄러미 서 있는 조그만 농장을 돌아 산길 오르기 직전 이리..
『혼자서도 꽃인 너에게』 나태주 산문집 단품 요리로서의 시/나태주 혜리야, 그동안 내가 문학 강연을 다니며 시에 대해서 새롭게 해 본 생각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첫 번째 생각은 '시는 단품 요리다.'라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가끔 음식점에 가서 먹어 보기도 하지만 한정식은 여러..
『마크툽』MAKTUB 최정수 옮김 파울로 코엘료 지음 황중환 그림 003 애벌레 한 마리가 있었다. 그 애벌레는 새들이 날아다나는 모습을 땅에서 올려다보며 살았다. 어느 날 애벌레는 자기 모습과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에 분노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피조물이..
미당 서정주 대표시 100선 『무슨 꽃으로 문지르는 가슴이기에 나는 이리도 살고 싶은가』 해일/서정주 바닷물이 넘쳐서 개울을 타고 올라와서 삼대 울타리 틈으로 새어 옥수수밭 속을 지나서 마당에 흥건히 고이는 날이 우리 외할머니네 집에는 있었습니다. 이런 날 나는 망둥이 새우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