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개망초가 피었어요

갑자기여인 2012. 2. 29. 08:22

 

 

                                                                                   2012년 2월21일 갑자기 촬영

 

 

안녕하세요?

 

 어제그제부터 하루종일 꼼짝 않고 누워 있으려니 별의별 생각이 다 나더라고요

감기가 왔는데, 주변에서 앓고 있는 분을 보니 너무 심하게 고생을 하고 있어, 혹시 저도 저렇게 아프면 어떻하지 하면서,

무조건 집에서 외출도 않고 쉬고 있었습니다.

한잠 자고 또 자고, 보통은  밤잠을 설친 날도 더러 있는데, 이번엔 계속 잠이 오더라고요. 무작정 잠을 잤습니다.

사흘 밤낮을 자고 또 자고 지내던 중,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같은 날이 다시는 없을 것이다.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지 말아라,

지금 이 추운 날씨는 내년 이만때가 되어야 맛 볼 수 있을꺼야'.

저는 옷을 두텁게 입고 모자를 쓰고 나갔습니다.

 

'봄은 오지 말라고 붙잡아도 올 것이다.

그러나 늦겨울은 다시 오지 않는다. 일년이 지나야 온다.

일년이란 긴 시간동안 무슨 변화가 올런지 아무도 모른다.'

공연히 다급해지면서, 주변을 둘러 보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가?

빨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있을텐데.

탄천의 흐르는 물도 물고기도 오리떼도 그냥 큰 변화없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구름도 한 점 없이 차가운 냉기만 흘렀습니다. 

그럼

이 냉기와 차가움 뿐일까, 디카를 빽에 넣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바지에 달라붙는 마른 가지가 있었습니다.

 

 지난 가을 여기저기에서 밤낮없이 피어 감동을 주던 개망초가 아직도 피어있었습니다.

물론

죽은 것이죠. 아닙니다

살아있었습니다.

그것이 죽었다면 그렇게 서서 옛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인간이 볼 수 없는 부분에 생명은 흐르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표정의 개망초는 오늘만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화려한 흰빛이나 연보라빛으로 10월짜리  동전보다 더 작은 꽃들이 수없이 많은 꽃을 피워,

마치 낮에는 하늘에서 안개꽃을 뿌려놓은 듯,

밤에는 별꽃이 되어, 아기자기한 그 모습은 늘 기억되지만,

오늘

내 바지가랭이를 붙잡은 마른 개망초는 없을 것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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