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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 섞인 커피/김주순
    한결문학회 2012. 4. 5. 17:44

    웃음 섞인 커피

     

    김 주 순(한결문학회 동인, 수필가)

     

    아! 봄이다. 나무들이 하루하루 화려한 빛을 더하고, 몸속엔 그동안의 목마름을 수액으로 채워가며 탱탱해져 간다. 우리내 인생도 봄 향기를 먹고 다시 탱탱해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가슴속의 여행을 출발해 본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몸은 어느새 황혼의 길을 부지런히 달려가고 있고 부질없이 늘어나는 나이가 두려움에 젖어들게 한다. 긴 세월을 함께했던 커피도 육십을 넘기면서부터 마시는 날엔 잠이 잘 안와서 가급적 커피를 피해야 했다. 그러나 그 일은 쉽고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커피물을 끓였다. 하얀 설탕과 검은 커피가 색의 대비를 이루어 세련된 옷차림의 아나운서를 연상시킨다. 뜨거운 물을 부으니 모든 것이 미련 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어쩐지 커피 변한 모습에서 미지의 세계인 사(死)가 불현듯 생각이 난다. 내가 왜 이러한 어두운 생각을 할까? 머리를 흔들어 어두움을 떨쳐 내며 커피 향을 음미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행복을 부르는 기술도 늘었나?. 잠깐사이 커피 한 모금에 행복이 찾아온다.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며 그동안의 문자 온 것을 정리해 갔다. 그런데 그동안 잊혀졌던 재미있는 글을 다시 읽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작년 새해를 맞이하기 삼 일 전에 친구에게 온 문자는 ‘나이 한 살 배송’ 이었다. 주문한 상품은 취소도 안 되고, 교환도 안 되고, 환불도 안 되고 수취 거부도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해당 상품은 주문량이 폭주해서 3일 후에나 배송이 되어 죄송하다는 내용이었다. 삼일 후면 누구나 나이 한 살을 먹게 되는 것을 이렇게 재미있게 보낸 것 이었다. 그래서 장난기가 발동해서 이 문자를 친지들에게 전달하고 답장이 오기를 기다렸다. 조금 있으니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이 친구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어떤 물건을 팔을 까 고민하고 있었던 친구였다. 사람은 관심이 있는 것이 잘 보인다 하더니 그래서 그런지 다른 것은 안 보이고 “주문량이 폭주해서 3일 후에나 배송”이 된다는 것만 눈에 들어왔는지 무엇을 파는데 그렇게 주문량이 많으냐면서 매우 궁금해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 더구나 복숭아 뼈가 골절이 되어서 기브스를 하고 집안에 꼼짝을 못하고 있는 것을 아는 친구이기에 너무나 신기하게 생각을 하고 제 일착으로 온 것이다. 그래서 내용을 다시 읽어보라고 하면서 설명을 해주니 다시 읽어보고는 깔깔깔 하고 웃었다.

    조금 있으니 문자가 한 통이 왔었다.

    “고객님 앞으로 주문 상품‘나이한살’이 배송중입니다. 본 상품은 특별주문 상품이므로 취소/ 교환불가 합니다. 요런 문자가 선생님 이름으로 왔네요. 요게 무신 뜻

    인가요?‘ 아직 글의 뜻이 파악이 안 되어 아리송하였나 보다…….

    그다음은 친한 형님한테서 온 문자였다. 아무튼 나이라도

    공짜라 좋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얼씨구 좋구나 좋다! 공짜로 주는 선물이니 덩실 덩실.

    바쁜데 뭘~ 나까지 챙겨 주느라고… 아무튼 고마우이….”

    문자는 같았지만 반응은 각각이었다.

    그 다음엔 재치 있고 재미있는 장문의 글이 있었다.

    “ ‘2011년’이 글쎄 며칠 후면 다짜고짜 미련 없이 떠난 다네요.

    일 년만 계약하고 살기로 했거든요. 앞에 간 년 보다는 낫겠지 하고 먹여주고, 입혀죽고, 잠도 같이 잦는데…. 이제는 떠난 데요 글쎄~. 이 년이 가면 다른 년이 찾아오겠지만 새 년 올 때 마다 딱 일 년만 살자고 찾아오지요. 정들어 더 살고 싶어도 도리가 없고, 살기 싫어도 일 년을 살아야할 년이거든요.

    동서고금, 남녀노소,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가는 년입니다. 올해는 모두 불경기라고 난리고 지친가슴에 상처만 남겨놓고 이제는 간데요. 글쎄! 새로운 년이 올 때 마다 다른 년이겠지 하고 얼마나 기대하고 흥분했는데, 살고 보니 이년도 우리를 안타깝게 해 놓고 간답니다. 늘 새 년은 좋은 년이겠지 하고, 큰 희망을 가지고 새 살림을 시작해 보지만 지나놓고 보면 먼저 간 년 이나 갈 년이나 별 차이가 없답니다. 몇 년 전에 IMF 라는 서양 년이 찾아와서 소중하게 간직했던 돌 반지 까지 다 빼주고 안방 까지 내주고 떨고 살았잖아요? 어떤 년은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

    을 남기고 가고, 또 어떤 년은 두 번 다시 쳐다보기 싫고 꼴도 보기 싫은 년도 있지요. 애인 같이 좋은 년, 원수 같아 도망가고 싶은 년, 살림거덜 내고 가는 년, 망할 것도 없이 해 놓고 가는 년, 정신을 못 차리게 해 놓고 떠난 미친 년도 있었답니다. 님 들은 어떤 년과 헤어지렵니까? 이제 덕담을 나누며 차 한 잔 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군요. 남은 날이라도 곧 떠날 년과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

    이 년, 저 년, 살아봐도 특별한 년이 없네요. 그래도 내년은 좋은 년이 되기를 기대하며, 설렘으로 새로운 년을 맞이하렵니다. 그러니 내년 이 오기 전에 알차게^^ “

    깔깔깔 ……. 커피 잔의 속의 커피도 나를 따라 웃는다. 오늘의 커피는 유달리 맛이 있었다. 웃음이 첨가 되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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