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글, 그 안의 나』 이원화 에세이
떠난 녀석/이원화
큰절하고 손자는 떠났다
설거지 한다. 크고 작은 접시들이 팥고물 안치듯 놓여 있고, 숟가락 젓가락이 스무고개로 엉켜 있다. 청소 한다. 땀내 나는 홑이불과 베개는 지쳐 늘어지고, 샌들과 우산은 현관에서 널브러졌다. 빈 상자도 소금에 절인 배추가 되었다. 냉장고 속에 녀석이 먹던 울긋불긋한 아이스크림이 울고 있고 속 옷 벗은 베이컨이 휘어져 있다. 컴퓨터를 켜니 떠난 손자가 바탕화면에 있다. '이 놈' 불러도 웃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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