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한결문학회 12월모임_김주순, 이원화

갑자기여인 2020. 1. 4. 01:34

 

 

<참 그렇다>

 

김 주순(한결문학회)

 

아파트에 사는 것이 꿈인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파트에 당첨이 되었다. 꿈이 현실로 되었을 때 그 기쁨을 무어라 표현 할 수 있었을까.

그는 해가 서산을 넘어 어둑어둑 할 때 커피 한잔을 들고 창가에 서서 아름다운 야경을 내려다볼 때 느껴지는 그 환희는, 그에게 돈을 주고도 못 사는 행복일 거라고 했다. 계약할 날을 기다려 모델 하우스를 방문했다. 그는 다시 꼼꼼히 살폈다.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알맞은 집. 예쁘게 꾸며 놓은 집을 보니 한없이 행복했다. 가구 배치는 어떻게 할까? 아들 책상은 여기에 소파는 저렇게 놓아야지 하며 가구배열에 여념아 없을 때 "손님 계약 하시려면 테이블로 오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계약서를 받아들었다. 계약을 하기 위해 차근차근 읽어 내려갔다. 계약금 2000만원이 눈에 들어왔다. 꼼꼼히 읽지 않은 탓으로 거금 2000만원이 있어야 하는지 몰랐다. 있는 돈 몽땅 털어 왔는데 10분의 1 밖에 안 된다. 그 나머지를 어디서 구하나. 꼭 사고 싶은데…. 그 순간 생각나는 사람이 여동생이었다. 염치를 무릅쓰고 전화를 했다. 그러자 여동생은 "오빠! 지난번에 300만원 빌려 간 돈도 있잖아 언제 갚을 거야? 남편 몰래 빌려 주었는데 빨리 갚아줘" 한다. 말도 못 꺼내보았다.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인가. 그는 그 장벽을 넘는 다는 것은 역 부족이었다. 그는 나중에 다시 오겠다며 힘없이 모델하우스를 나왔다. 그의 가슴 속엔 씁쓸함과 애절함이 가득했다. 그리고 날아가는 아파트를 붙잡지 못하고 자기의 슬픔을 꾹 눌렀다. 그 사연을 다 들으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사회자는 "참 그렇다" 한마디로 모든 말을 대신 하는 듯 했다.

'참 그렇다'는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나도 이 말을 하고 싶은 때가 꽤나 많이 있었다.

지인이 아주 점을 잘 맞추는 스님이 있다고 가보라 고 하였다. 남편이 승진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운이 들어 왔단다. 그런데 뜻밖에 승진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잘 맞춘다고 했다. 난 친구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까 친구가 앞장서 가보자고 하였다. 우리는 그 절에 가서 스님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친구로 속일 것도 감출 것도 없어 같이 듣기로 하였다. 스님 말씀이 그 친구에게 돈 복이 많고, 사주가 좋아 아들도 잘 되고 남편도 잘되니,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복 많은 친구는 역시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엔 내 차례다. 내 사주를 보더니 어쩌면 친구와 그렇게 대조적이냐는 것이다. 대조적이라는 말은 반대라는 의미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돈복이 없고 남편과 자식도 내 사주가 나빠 잘 안 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그래서 인가. 힘들게 모은 돈도 순식간에 날아갔고 자식들은 그 흔한 '사:자 하나 못 붙였으니 내 사주가 나빠서 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스님 하는 말이 바쁘기는 엄청 바쁜데 생기는 것이 없는 사주란다. 난 열심히 살았는데 그 노력에 비해 성과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 말은 들은 나. 그 스님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어쩐지 그 심정은 참 그렇다' 다

내가 16년을 살았던 서초동 집. 그 곳을 지나가다 보니 재건축이 한참이다. 그 집 매매한 돈. 마귀가 붙었을까. 증권은 생각도 안했었고 경매를 좀 해보려고 하였는데 사촌동생의 부추김에 빠져 증권에 들어갔다. 조금만 불려서 나와야지 했는데 이렇게 다 날릴 줄이야. 그 집은 지금 천정부지를 모르고 비싼 집이 되었다. 그 옆을 지나갈 때 마다 난 '참 그렇다.

참 그렇다는 말,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지만 기슴이 쓰라린 것은 사실이다 이제 '참 그렇다'는 그 말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삶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제 그만.

2019년 12월 19일

 

 

 

 

장석주의 《일요일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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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나는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 하는 회의와 마주친다. 그 회의는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물음이기도 하다. 분명 이십대의 삶과 사십대의 삶 그리고 육십 대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고 또 달라야한다. 위대한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이렇게 말한다. "인생의 아침 프로그램에 따라 인생의 오후를 살 수는 없다. 아침에는 위대했던 것들이 오후에는 보잘 것 없어지고, 아침에 진리였던 것이 오후에는 거짓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초안들은 나이가 들면서 불가피하게 바뀌게 된다. 인생이 처한 상황과 처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 신체 능력이 줄지만 여전히 활기차게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중년이 되면 지식과 경험이 무르익고, 그동안 쌓은 연륜과 지혜로 말미암아 원숙기를 맞는다. 인생이 원숙기에 들어서면 현실을 거머쥐고, 그 모양을 빚어 낼만한 능력과 경험을 갖춘다. 그 분별력으로 일들에는 불가능한 것들과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 대신 가능한 일, 잘할 수 있는 일에는 초첨을 맞추고 몰입한다. 그럴 때 일과 정체성은 하나로 통합된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결실을 더 많이 수확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이를 잘 먹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 꿈을 이루려면 투자와 노력과 준비가 있어야 한다. 나이를 먹어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가족, 일, 벗, 심리적인 안정은 필수조건이다. 그다음에 더 준비할 것들.

첫째, 모든 사람이 균등하게 나이 먹는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다. 나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니 우울해할 까닭이 없다. 나이 먹는 것을 염려하거나 두려워하지 말자. 둘째, 자기 일을 가져야한다. 나와 인류의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면 더 좋다. 평생 추구해야 할 보람과 가치가 있는 일을 찾아서 하라! 셋째, 건강해야한다. 잘 먹고 숙면을 취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한다. 건강은 삶의 기본 바탕이고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건강이 나빠지면 삶의 질도 떨어진다.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하거나 햇볕을 쬐며 야외에서 더 많이 걸어라. 주말마다 산행하는 것이 좋다. 넷째, 철학책들을 많이 읽고 시집을 찾아 읽어라! 철학책은 사색의 기쁨을 주고, 시집들은 정서적 생활을 윤택하게 해 준다. 지나온 삶에 대해 성찰하고, 잘 죽는 법을 배워야 한다. 다섯째, 나이 먹는 것의 이점을 적극적으로 누려라. 인생에는 분명 나이 먹어서 얻는 좋은 일도 많다. 나이가 들어야만 일에서 해방되고, 가족 부양의 의무에서도 자유로워진다.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서 젊은 시절보다 훨씬 많은 여유 시간을 갖게 된다. 그 시간을 잘 쓸 수 있어야 행복하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외연을 확장하기보다는 내면 탐구에 나서라. 인생이 여정이라면, 불필요한 짐들을 버려야한다. 나이가 들면 그러모으기보다는 비우는 일에 더 애써야 하고, 삶을 더 단순화해야 한다. 인생은 주말여행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긴 여행이다. 평생을 끌고 다닌 여행 가방을 풀고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보자.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하게 덜어 내자. 그래야 여행이 즐거워진다. 더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더 바람직한 일, 사랑, 장소, 목적을 더 단순화하고 그것에 충실해야한다.

공자는 四十不惑, 五十知天命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나이에 따라 갖추는 지혜가 다름을 말한 것이다. 나이가 먹을수록 도달하는 지혜의 깊이가 다르다.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그동안 쌓은 연륜과 지식들로 원숙함에 이르지 못한 채 나이를 먹는 것은 재앙이다. 인생의 작은 물길들이 모여 이룬 거대한 강줄기를 노련하게 다루지 못한다면, 그 도도한 물길에 휩쓸려 파멸에 이르고 말 것이다. 사람의 운명은 나이가 먹은 뒤 비로소 충만함이냐, 아니면 재앙이냐 하는 정반대의 결과로 갈린다.(한결문학회 이원화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