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갑자기 촬영
시인예수/정호승
그는 모든 사람을/시인이게 하는 시인/사랑하는 자의 노래를 부르는 새벽의 사람/해 뜨는 곳에서 가장 어두운/고요한 기다림의 아들//
절벽 위에 길을 내어 길을 걸으면/그는 언제나 길 위의 길/절벽의 길 끝까지 불어오는 사람의 바람//
들풀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용서하는 들녘의 노을 끝/사람의 아름다움을 아름다워하는/아름다움의 깊이//
날마다 사랑의 바닷가를 거닐며/절망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그는/이 세상 햇빛이 굳어지기 전에/홀로 켠 인간의 등불
그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 때/묵묵히 무릎을 끓고/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버렸을 때/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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