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유안진_시 詩가 나에게 외3편

갑자기여인 2022. 2. 6. 21:19

시詩가 나에게          

 

 

아직도 모르겠어?

한번 발들이면 절대로 못 빠져나오는

사이비似而非종교가 '나'라는 것을

<ㄴ>받침 하나가 모자라서

<말씀>이신 신 神이 못되는 어눌한 말인 걸

쓸수록 배고파지는 끝없는 허기虛飢

쓰고 보면 제정신 아닌 남루襤褸뿐인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다는 소설가 화가 음악가...와는 달라서

만 번을 고쳐죽어도 일가는 못되느니

시 쓰며 인간이나 되라고 <시인詩人>아닌가

꿈깨게, 문여기인文如基人 잊지 말고.

 

 

편견偏見                 

 

오를 수 없는 산山 하나쯤은 있어줘야 살맛이지

그 산을 품고 사는 가슴이어야 사람이지

사랑도 그 산에다가 강江울음 바쳐야 절창絶唱이지.

 

 

 

 얼룩                      

 

 

구름 몇 점 묻어있어야

내 하늘 같고

물결 파도 출렁거려야

내 바다 같고

지팡이노인도 걷고 있어야

우리 동네 같고

군살에 주름살 자글자글 거려야

내 이웃 같아

말도 걸고 싶어라

 

 

 말맛 싱거워                  

 

 

사투리처럼 고불거리던 시골길들

표준어처럼 뻗어

걷기는 편한데 걷는 맛없어

시詩가 그렇다. 

                          (유안진 시집 《터무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