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나에게
아직도 모르겠어?
한번 발들이면 절대로 못 빠져나오는
사이비似而非종교가 '나'라는 것을
<ㄴ>받침 하나가 모자라서
<말씀>이신 신 神이 못되는 어눌한 말인 걸
쓸수록 배고파지는 끝없는 허기虛飢
쓰고 보면 제정신 아닌 남루襤褸뿐인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다는 소설가 화가 음악가...와는 달라서
만 번을 고쳐죽어도 일가는 못되느니
시 쓰며 인간이나 되라고 <시인詩人>아닌가
꿈깨게, 문여기인文如基人 잊지 말고.
편견偏見
오를 수 없는 산山 하나쯤은 있어줘야 살맛이지
그 산을 품고 사는 가슴이어야 사람이지
사랑도 그 산에다가 강江울음 바쳐야 절창絶唱이지.
얼룩
구름 몇 점 묻어있어야
내 하늘 같고
물결 파도 출렁거려야
내 바다 같고
지팡이노인도 걷고 있어야
우리 동네 같고
군살에 주름살 자글자글 거려야
내 이웃 같아
말도 걸고 싶어라
말맛 싱거워
사투리처럼 고불거리던 시골길들
표준어처럼 뻗어
걷기는 편한데 걷는 맛없어
시詩가 그렇다.
(유안진 시집 《터무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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