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10

달개비가 별의 귀에 대고 한 말/류시화

「달개비가 별의 귀에 대고 한 말」 류시화 오늘 나는 죽음에 대해 회의를 갖는다 이 달개비, 허락 없이 생각의 경계를 넘어와 지난해 두세 포기였는데 올해 마당 한 귀퉁이를 다 차지했다 뽑아서 아무 데나 던져도 흙 근처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는 이 한해살이풀의 복원력 단순히 죽음과 소멸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연약한 풀이 가진 세상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 그것이 나를 긍정론자이게 만든다 물결 모양으로 퍼져 가는 유연함 한쪽이 막히면 다른 쪽 빛을 찾아 나가는 본능적 지성 다른 꽃들에 변두리로 밀리면서도 그 자신은 중심에 서 있는 존재감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불에 덴 것처럼 놀라는 인간들과는 사뭇 다르다 나는 장미가 이 닭의장풀보다 귀하다는 것을 안다 신의 눈에는 그 반대일 수 있다는 것도 달개비의 여윈 손목을..

관객과 배우 2023.03.17

꽃작품방"서경순_색동 콩주머니"

사단법인 한국꽃문화협회 2023년3월13일, aT센터 국화홀에서 정기월례회 개최, 서경순회장 외 2인 한국전통오브제 꽃작품 데먼스트레이션 행사를 가짐. 서경순( 본협회 이사, 한국기독교꽃꽂이선교회 이사장) 회장의 란 꽃예술작품 소개 *작품설명:서경순(다수연합회)회장 '과일나무에 풍년이 들게 하려면 설날이나 상원 절(정월대보름날)에 과일 나무 시집 보내기(가수)를 해야 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혼인을 해야 자식을 낳는 것처럼 나무는 나무 시집 보내기를 해야 열매가 많이 맺는다고 믿어 과일 나무가 있는 집들은 이때가 되면 나무와 나무 사이에 돌을 끼워 주는데 이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고 합니다. [탄소(당류)는 잎과 줄기가 공기로부터 얻게 되고 질소는 뿌리가 땅속에서 얻게 되는데 돌멩이를 끼어둔 부분이..

꽃과 꽃 2023.03.15

정호승 시인의 <마지막 기도>를

정호승 파르르 분노에 떨며 주먹이 칼이 되던 모든 순간은 꽃이 되기를 절망의 벽을 내리치며 벽과 함께 와르르 무너져 내려 잠 못 이루던 순간은 모두 바람이 되기를 시궁창 바닥 같은 내 혀끝에 고여 있던 모든 증오와 보복의 말들은 함박눈이 되기를 의상대 소나무 가지 끝에 앉아 눈을 맞으며 동해를 바라보던 작은 새처럼 인내는 웅크린 눈송이가 되어 흙의 가장 깊은 뿌리에 가 닿기를 창밖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커피 물 끓이는 동안 겨울이 지나가고 다시 봄이 오지 않아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용서에도 붉은 진달래가 피어나기를 S에게, 우리는 한 단체에서 오랫동안 지내고 있죠. 오늘 쌓여 있던 묵은 마음을 털어 내면서 후회와 반성을 했습니다.크든작든 어느 곳에서나 생기는 다툼과 분열, 그 것들이 세월을 많이 ..

관객과 배우 202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