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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에서
홍 승 숙 (한결문학회 동인, 모던포엠 등단)
울먹이던 하늘 뒤척이던 바람이
순백의 새 세상을 해산한 날엔
숨죽인 축복과 기대 속에
내 마음이 설렌다
갓 태어난 새 생명에
고운 숨결 숨어있어
시린 바람 비켜 안고
여린 호흡 따라 새 길을 연다
잡힐 듯 멀어지는 무지개처럼
멈추는 듯 구름같이 흩어지는 꿈
마음속에 남아있는 앙금일랑은
차디찬 눈 속에 잠시 묻는다
흩날리는 눈꽃송이 앞에서
나는 벌 나비의 날개라도 빌린 듯
팔랑팔랑 붕붕 날갯짓 하며
쉬엄쉬엄 눈길을 타고 춤추듯 간다
< 2012. 2. 2 눈 쌓인 날에 고향 길에서 눈을 만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