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문학회

웃음에도 세대차/김주순

갑자기여인 2012. 3. 24. 20:28

웃음에도 세대차

 

                                            김 주 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수희가 나를 기다리고 서있었다.

얼굴엔 금방 터져 나올듯한 웃음을 참는 듯하였다. 그래서 내가 말문을 열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니?”

“예 오늘 학교에서 웃기는 일이 있었어요.”

언젠가 수업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너무 지루해

“요즈음 웃을 일이 좀 없니?”

하고 물었었는데 그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려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잔뜩 기대를 하니 듣기도 전에 나도 덩달아 웃음이 만들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무슨 이야기 인데?”

“오늘 키가 큰아이와 작은 아이와 싸움이 붙었어요.”

“그래서”

“작은 아이가 화가 나서 씩씩 거리며 큰 아이를 주먹으로 힘껏 코를 때렸어요.”

”그랬는데“

“글쎄 큰아이가 코를 얻어맞았으니까 맞은 아이 코에서 코피가 나와야 되잖아요?

“그런데”

“맞은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고 때린 아이 코에서 그것도 한쪽도 아니고 두 쪽에서 코피가 동시에 쑥 나오는 것예요. 우습지요?”

하고 깔깔깔 거리고 웃는다. 거기서 썰렁하게 하지 않으려면 웃어주어야 하는데 별로 우습지가 않았다. 차라리 ‘고 은’님의 시 ‘코피’에서처럼 단짝인 달석이가 아버지한테 싸다듬이로 얻어맞고 코피를 줄줄 흘리고 왔을 때 본인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자기코를 때려 한 번에 안 되어 세 번 네 번 때려 코피 흘리고 피범벅이 된 얼굴로 서로 웃었다는 내용의 시가 더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오히려 작은 아이가 큰아이를 상대를 하니 자기 깐에는 부담되고 긴장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가엾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말을 한 성의를 보아 조금 “호호호” 하고 웃어주었다. 그러나 그것 보다 내게 더 우스운 일은 방문에 A4용지에 가득 할 정도로 크게 써 붙인 글귀이다. ‘관계가 없는 사람은 출입금지’ 그 다음 주엔 ‘관계가 있는 사람도 출입금지’ 그런데 그 다음 주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왜 방문에 붙이었던 그 종이 떼었니?” 하니까

“붙이나 마나해서 떼었어요.” 하는 말속에 실망을 했음이 역력했다.

아무도 안 들어왔으면 했는데 엄마가 들어오신다고 ‘관계가 있는 사람도 출입금지’ 라고 써 붙인 그 글귀는 나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런데 본인은 거기에 대한 느낌이 없는 듯 했다.

“그럼 이번에 그것 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 해 줄까”

“무언데요?”

이번엔 수희가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웃을 준비를 한다.

할머니들 세분이서 만났는데 그 중 한 분이 앉자마자 푸념 투로

“친구는 무어니 무어니 해도 일일구가 최고인 것 같아! 마음이 변하지 않는 진국이거든. 내가 오라고 하면 득달같이 찾아와 주고 병원에도 잘 데려다 주고……. 다른 친구는 다 필요 없어! 이젠 친구도 만나지 말아야겠어. 일일구만 옆에 있으면 돼!“ 하니까 그 옆에 앉아 있던 친구가

“너는 일일구라는 친구가 있어서 좋겠다. 언제부터 친구인데? 나에게도 그런 친구 좀 소개 해줘”

그러니까 그 옆에서 잠자코 듣던 친구가

“일일구가 구급차 119를 말하는 건데 무슨 소개? 필요하면 부르면 되지!.”

“아~ 그 119. 그런데 일일구는 몇 번이지?” 하니까

“모르면 114로 전화해서 물어봐” 하는거야.

“어때 그 할머니들 웃기지?” 하니까

“웃기긴 하네요. 조금” 한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할머니 대화가 어떠면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것 같은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 웃었지만 수희에게는 이해 안 되는 진부한 이야기 인 것 같았다. 이야기가 끝나자 또 재차

“선생님 생각해 보세요. 왜 맞은 애한테서는 코피가 안 나오고 때린 애 코에서 코피가 나오냐고요? 그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하면서 내가 호호호 하고 조금 웃어준 게 이해가 안 되는 듯한 얼굴로 깔깔깔 거리고 웃었다. 그래서 나는 그것보다 훨씬 우습다고 생각되는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몇 년 전에 백화점에서 있었던 이야기이야.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어떤 아줌마가 입을 가리고 훗훗훗 하며 웃음을 참느라 애쓰는 거야. 그래서 우리는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니 자꾸 아래를 보고 또 웃고 아래를 보고 또 웃고 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도 아래를 보니 아뿔싸! 오십은 되어 보이는 듯한 아주머니였는데, 썬 그라스를 쓰고 옷도 정장에 가까운 품위 있는 옷을 입었었어. 그런데 구두를 짝짝이로 신고 나오신 거야. 한쪽은 흰 색 샌들로 빨간 패티큐어로 장식된 발가락이 나오고 한쪽은 검정색으로 큐빅이 박혀 있어 반짝이는 정장구두 이었어. 둘 다 굽의 높이가 비슷해 신고 오는데 불편함이 없었던 같았어. 상상해봐 그 모습을……. 그런데 그 사람은 그것을 모르는 체 3층에서 내려서 당당하게 걸어갔어.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지만 그때 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와 깔깔깔……”.

“그게 그렇게 우스워요?.” 그리고 의아한 표정으로

“요즈음엔 짝짝이 패션도 많은 데요 뭘~요.”

그리고는 아까 했던 이야기를 또 꺼내면서 “왜 맞은 애 코에서 코피가 안 나오고 때린 애 코에서 한쪽도 아니고 쌍코피가 쑥 나오냐고요“ 하면서 또 깔깔거리며 웃으며 웃지 않는 내가 의아하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왜 안 우스울까?

                                                   

'한결문학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바람/홍승숙  (0) 2012.04.04
한결문학회 4월 합평회  (0) 2012.04.04
겨울산/이원화  (0) 2012.03.09
홍승숙의 시  (0) 2012.03.04
김형남의 시  (0) 2012.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