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작품:이원화(1999년 덕수궁에서, Fleur에 게재)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중에서
결혼하고 싶은 나무
가을은 멀리서 온다. 여름 설화의 빛깔을 쏟아놓고서 맨몸의 나뭇가지를 남겨두고 멀리서 오고 있다. 착각일까 급한 마음 앞으로 내밀고 다가갔더니, 추향색秋香色의 긴 몸을 늘어뜨리고 서로 포옹하고 있다. 정호승시인의 죽기 전에 한 가지 소원은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에,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와 결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 나무가 바로 가을하늘에 피어있는 황매화 단풍 아닐까, 드레스 입고 그 곁에 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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