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글, 그 안의 나_이원화 에세이

이원화 에세이<꽃, 글, 그 안의 나>_살몃살몃 살아남기

갑자기여인 2018. 2. 16. 23:07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중에서

 

 

살몃살몃 살아남기

 

 

구미교가 내려다보는 물결 위의 목소리가 싱그럽다.

아이들은 돌을 던져 담방담방 수면으로 뛰어가게 물수제비를 뜨고 있다. 텅 비어 있으면서도 무언가 차 있고 생명감으로 약동하고 있다. 왕벚나무들도 파란 숲길을 이루고. 한 마리가 나무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문득문득 동요 부르기를 좋아하는 나는 ?산골짝에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간다.♫ 미처 보지 못하고 겁 없이 다가온다. 며칠을 굶었는지 버찌 열매를 하동지동 먹는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부동자세로 부르는 노랫소리에 산책하던 이웃도 어깨를 들고 조심조심 지나간다.

어미를 잃었을까. 개신개신 하는 것이 아주 어리다.

다람쥐는 가을에 도토리를 여기저기 숨겨두었다가 먹는데, 먹이 찾아 나선 것이 심봉사 딸 청이 같다. 오물오물 식사를 즐기는 녀석 위로 까치 한 마리가 까악 소리치며 날아온다. 놀라서 잽싸게 굵은 나무줄기를 타고 높이 오른다. 제 몸길이만한 두툼한 꼬리로 균형 잡듯 흔들며 다른 가지로 옮겨간다. 그때 다른 큰 까치 한 마리가 또 날아오더니 양쪽협공 작전을 핀다. 놈들은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멋쟁이인줄 알았는데 사납기 그지없다. 겁에 질린 녀석은 어느 쪽으로 도망가야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떨고 있다. 옆의 나무로 옮기려 해도 거리가 있어 떨어질 것만 같고 그렇다고 땅으로 내려올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까치 두 마리는 자기영역에 이방인이 왔다고 계속 날카로운 부리와 꼬리를 세워 몰아쳐 다가오고. 어린 녀석은 생사를 돌보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마음먹고. 건너편으로 눈을 감고 힘껏 뛰었다. 다람쥐는 슬래브 지붕이 급경사 된 것을 모른다. 세상일 살몃살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