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 786

기억하세요?

생각나세요?   안녕하세요? 세월은 많이 흘러갔지만, 추억은 흐르지 않고 머물러있습니다. 건강하시죠?아마도 위 그림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실 것 같아요. 사단법인 이사장들의 전국적인 모임을 개최했던 ‘한국사단법인연합회’, 활발했던 그 ‘한사연’ 모임을 했던 이천 연도 초엽, 4월 말에 있었던 일입니다. 대구 행사로 그곳 수목원을 방문 할 때 얻은 풍경 사진, 유일무이한 순간의 경이로움을 찍은 사진입니다. 그 당시에는 함께한 여러분들께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기쁨, 벅찬 놀라움이었지요. 아름다운 수목원 연못가를 둘러보며 싱싱한 난잎과 연못 속에 귀여운 수련잎들이 옹긋옹긋 모여서 봄놀이를 하고 있었지요. 작은 연잎 위의 작은 물방울을 보면서 위원님들과 뒤처져 걷고 있었는데, 순간 저의 눈이 놀라서 이상스러움..

관객과 배우 2024.04.29

부활송/구상

죽어 썩은 것 같던/매화의 옛 등걸에/승리의 화관인듯/꽃이 눈부시다// 당신 안에 생명을 둔 만물이/저렇듯 죽어도 죽지 않고/또다시 소생하고 변심함을 보느니/당신이 몸소 부활로 증거한/우리의 부활이야 의심할 바 있으랴!// 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진리는 있는 것이며/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달게 받는 고통은 값진 것이며//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우리의 믿음과 바람과 사랑은 헛되지 않으며//당신과 우리의 부활이 있으므로/우리 삶은 허무의 수렁이 아니다// 봄의 행진 아롱진/지구의 어느 변두리에서/나는 우리의 부활로써 성취될/그날의 우리를 그리며 황홀에 취해있다.

관객과 배우 2024.04.01

산수유에게/정호승

산수유에게/정호승 늙어가는 아버지를 용서하라 너는 봄이 오지 않아도 꽃으로 피어나지만 나는 봄이 와도 꽃으로 피어나지 않는다 봄이 가도 꽃잎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내 평생 꽃으로 피어나는 사람을 아름다워했으나 이제는 사람이 꽃으로 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사람이 꽃처럼 열매 맺길 바라지 않는다 늙어간다고 사랑을 잃겠느냐 늙어간다고 사랑도 늙겠느냐 ↑ 2024년 3월 오후,구미공원에서

관객과 배우 2024.03.18

봄까치꽃과 호랑나비

"힘들게 오른 언덕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허리를 굽혔다. 땅바닥에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낮게 엎드렸다. 작은 꽃들이 낙엽을 제치고 손짓처럼 피어 있다. 호랑나비와 눈을 마주하며 봄놀이를 하고 있었나 보다. 언덕 아래 산책길에도 돌계단 모퉁이에도 쇠별꽃과 함께 피어있다. 개미들의 행진 따라 몸을 굽혀야만 볼 수 있다. 이른 봄에 피는 야생화 중 제일 먼저 피는 꽃이다. " 이원화 에세이 《꽃, 글, 그 안의 나 》 에서

관객과 배우 2024.03.18

햇살의 집/이재훈

햇살의 집 햇살이 술을 마신다. 거리는 방금 목욕을 한 것처럼 뽀 얗다. 나는 버스 안에 앉아 술에 취해 이글거리는 햇살을 본다. 한 소녀가 버스에 오르며 묻는다. 이 버스는 천국 으로 가나요? 햇살이 일그러지고 사람들이 비틀거린다.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에 우뚝 선 이순신 장군 동상이 흠 칫 움직인다. 칼자루를 놓고 싶다. 후손들아! 꽃잎이 비 틀거리며 이글거리는 햇살 속으로 날아간다. 차창 밖으 로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사람들이 와 좋아한다. 나도 꽃 잎이 되고 싶어요! 아가씨가 황급히 벨을 누른다. 햇살은 집이 없다. 사방 어디를 가도 햇살이 누워 있다. 나는 집 없는 햇살이 시큼한 솔내를 풍기며 창가로 살짝 몸을 기 대는 것을 보았다. 잠이 온다. 저 햇살에 집을 주고 같이 무너져내리고 싶다. 이..

관객과 배우 2024.03.06

겨울에 핀 민들레 홀씨

갑자기 내린 폭설로 겨울 민들레 홀씨꽃이 피˚었˚습˘니˘다 지난 2월22일, 우리집 동네에서 찍은 그림 ↓ ↑ 아파트 뒷베란다에서 ↑ 민들레 홀씨 닮은 느티나무 모습, 제일 아름답다 ↑ 왕벚꽃나무의 움튼 꽃눈, 화아(花芽) 위에 쌓인 눈꽃 ↑ 13층 앞 베란다에서 보이는 야트막한 앞산 ↗ 탄천에 핀 눈꽃나무 반영에 숨은 징검다리 ↗ 불곡산의 겨울 모습과 탄천에 핀 눈꽃 가로수, 벚꽃이 피었나 잠시 착각에 빠졌다가 넘어질뻔, 영심 동생을 꽉 잡았다 ↑ 폭설 날씨에 걷는 저 사람과 동행하면 안될까.

관객과 배우 2024.02.25

조심조심 사라져가는 그대

'멈춰 있기엔 겨울은 너무 아름답다'라는 몇년 전 광고지의 문구가 떠올라서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탄천 냇물에는 원앙새 암놈 2마리가 놀고 있을 뿐, 카메라에 담은 것 없이 들어왔지요. 아름다운 겨울? 흰눈? 열흘 전에 받아온 꽃다발, 시들어 거실에서 부엌으로 옮긴 튜립 2송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보여줄 것이 정히나 없거든 보여 줄 것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조심조심 사라져 가는 겨울에 핀 튜립 모습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관객과 배우 2024.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