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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강/괜찮아관객과 배우 2025. 3. 23. 20:37
한 강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괜찮아」한 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아파서도 아니고아무 이유도 없이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나는 두 팔로 껴안고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왜 그래.왜 그래.왜 그래.내 눈물이 떨어져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문득 말해봤다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괜찮아.괜찮아.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누그러진 건 오히려내 울음이었지만, 다만우연의 일치였겠지만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어떻게 해야 하는지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괜찮아왜 그래, 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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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별꽃에게 2관객과 배우 2025. 3. 22. 21:57
문태준 따라붙는 동생을 저만치 떼어놓을 때우는 동생의 맑은 눈물이 또르륵 굴러떨어져 피어난꽃아 문태준 시인의 가 너무 아름다워서 여러번 읽다보니 별꽃이 보고 싶어졌습니다오늘 오후 그 별꽃 찾아 나섰지요 탄천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마지막 3~4개의 돌덩이가 물에 잠겨 있는 것도 모르고건너다가 휘~청, 물에 젖은 신발이 나를 째려봅니다. 언덕 길 걷다가 마지막 돌계단에서 발견했습니다 흩뜨려 피어있는 봄까치꽃보다도 더 작은 꽃 100원짜리 동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아름다운 별꽃방가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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百年/문태준관객과 배우 2025. 3. 12. 16:44
문태준 시집 《 그늘의 발달》 「百年」 문 태 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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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그 풍경수필은 시도다 2025. 2. 8. 00:32
올 겨울 날씨는 체감온도 영하 20도 안팎까지, 그래서 '강추위, 냉동 한파'라고 일기예보는 말합니다. 쌓인 눈이 무서워서 외출 못하는 나이에 불평과 원망 뿐, 습관적으로 켜놓은 TV는 '지나간 것은 지나 간 대로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5월초 놀이터 옆 소나무 언덕과 마주 보이는 곳에 흰 꽃 만발한 쪽동백나무 몇 그루, 밤새 내린 비를 맞아 땅바닥에 흰빛 풍경 그 자체, 봄의 정취를 물씬 뿜어내고 있었죠. 그는 새롭고 산뜻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알 듯 모를 듯한 청향기가 설레임까지 줍니다. 꽃모양은 길이 10-20cm의 총상꽃차례가 밑으로 향해 달려 있고 떨어질 때는 동백꽃처럼 통째로 떨어집니다. 거꾸로그 풍경을 놓아봅니다. 역시 새롭고 산뜻하고 아름답습니다. 사람의 마음 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