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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_네 생각 외 1편

네 생각 눈 부비며 일어나 칫솔짓을 하다가 신발을 신으며 고개를 들다가 창밖을 보다가 말을 하다가 웃다가 기침을 하다가 네 생각이 난다 해일처럼 밀려온다 그 높은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 나는 운다. 네 머리에 나비가 앉으면 리본이 되지 방 안에 피어 있는 꽃병의 꽃 정말 예쁘고 탐스러운데 왜 나비가 날아오지 않는 거지? 유리창을 닫아서 나비가 오지 못하는가보다 창문을 열어도 나비는 오지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한 마리 나비도 오지 않는다 그래그래, 아파트가 너무 높아서 그럴 거야 나비는 엘리베이터를 탈 수 없으니까 혼자 날아서 1층 위로 2층 위로 3층 위로 나비는 높이 날아야 하는데 그만 지쳐버렸나봐 방 안이 아니라 언젠가 흙 위에 꽃밭을 만들자 아빠는 땅을 파고 엄마는 꽃을 심고 너는 물을 줘야지 꽃..

관객과 배우 2022.03.19

장례 답례품

우체국에서 카톡이 왔다. 소포우편물을 오늘 배달 예정이라고, 발송인은 민**, 낯 선 이름이다. 누구일까? 다시 카톡을 보니, 이사장 앞으로 적혀 있다. 협회와 관련이 있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요즘 협회와 관계 있는 몇 분에게 조의금을 보낸 일이 떠올랐다. 혹시? 하면서 소포물을 기다렸다. 오랫동안 가까이서 만난 분의 따님이 보낸 물건이었다. ‘세상에 장례 답례품이 있다고! 이 무슨 일인가’ 당황스러웠지만 10여년 전 그녀의 결혼식 때 깊은 표정을 짓고 있던 모습이 지나간다. 세상 떠난 어머니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의미일까, 일본에서 이런 풍습이 있나? 답례품을 받은 기분은 착잡하고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글쎄 따님의 어린 마음에서 그랬다면 주변에서 말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