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17

이어령_<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이어령 하나님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바친적이 없으니 절 기억하지 못하실 겁니다 ​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립니다 ​ 하나님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그리고 처음 바다에 물고기들을 놓아 헤엄치게 하셨을 때 저 은빛 날개를 만들어 새들이 일제히 날아 오릉 때 ​ 아! 정말로 하나님 빛이 있어라 하시니 저기 빛이 있더이까 사람들은 지금 시를 쓰기 위해서 발톱처럼 무딘 가슴을 찢고 코피처럼 진한 눈물은 흘리고 있나이다 ​ 모래알만한 별이라도 좋으니 제 손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아닙니다 하늘의 별이 아니라 깜깜한 가슴속 밤하늘에 떠다닐 반딧불만한 한 빛..

관객과 배우 2022.02.23

유안진_나로 말미암아 외 4 편

유안진 시집 《터무니》 나로 말미암아 하느님 아버지! 저는요 오래전에 무용지물無用之物 되었는데 왜 아직 살아있나요? 너는 쓸모 계산해서 자식 낳아 키웠느냐? 나도 그렇다 잘못 뭉치라서 너는 늘 내 근심 너로 말미암아 제대로 웃고 싶구나. 파안대소破顔大笑도 누려보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해 뭐 하세요? 전화에 암 것도 안 해요, TV봐요 무슨 프로인데? 글쎄 뭣이더라? 얼버무리다가 버럭 화가 났다 왜 꼭 뭐를 해야 하나? 너무 많이 해버려서 안했어야 좋았을 것을 저지레만 해서 밥보다 약을 더 먹어야 하는 참회만 해야 하는 까닭인데. 터무니 80년, 풍찬노숙風餐露宿의 나그네였을까? 80년, 풍찬노숙의 순례자였을까? 서러움과 고마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모르게 나를 잠시도 떠난 적 없었다는 시간時間이 제 이름을..

관객과 배우 2022.02.17

김인중 초대전_빛의 노래

2022.2.15 흰물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김인중 신부님의 "빛의 노래 " 초대전에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 ." "내면의 빛을 찾아 끊임없이 사색하고 고민하는 이들, 그들의 빛을 존경하면서 . . ." ↑무제 92x204cm Oil on Canvas "제 스테인드글라스는 형상도 없이 매우 단순함을 추구하지만 돌로 지어진 벽돌이 노래하게 합니다.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도 태양이 없으면 홀로 빛날 수 없듯이 인간도 신의 은총이 없다면 죽은 존재와 다름없습니다. 제 작품이 그져 아름다눈 장식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 영원한 삶으로 향하는 해방의 통로이기를 기도합니다." "제 작품은 어떻게 보면 제 부모님을 만나게 해 주신 것에 대한 하느님께 올리는 감사함이기도 해요. 아버지가 서예 하실 때 보면 손이 춤을..

관객과 배우 2022.02.16

이용한 지음 <<사라져 가는 풍경들>> (1)

"이 세계는 무수한 사라짐 속에서 구축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했던 그것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내가 목도한 숱한 풍경이 시간의 무덤에 묻히기 전에 이렇게 기억의 창고에 하나씩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서문에서) ↑"산새가 험하면 물매도 싸다_샛집(초가와 비슷하지만 지붕에 볏짚 대신 억새를 올린 집)" ↓"집이사 많다마는 너와집이 일품_너와집(나무를 쪼개어 만든 것이 너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너와집_염불암(서대 염불암은 드나드는 앞면을 빼면 삼면이 온통 장작을 쌓아 놓아 귀틀로 된 벽체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부엌 또한 여느 산간 촌부네 부엌처럼 가마솥만 달랑 걸려 있을 뿐이다. 너와집 뒤란에는 오래된 통나무굴뚝이 마치 싹둑, 윗동을 잘라 낸 나무처럼..

관객과 배우 202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