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_나로 말미암아 외 4 편
유안진 시집 《터무니》 나로 말미암아 하느님 아버지! 저는요 오래전에 무용지물無用之物 되었는데 왜 아직 살아있나요? 너는 쓸모 계산해서 자식 낳아 키웠느냐? 나도 그렇다 잘못 뭉치라서 너는 늘 내 근심 너로 말미암아 제대로 웃고 싶구나. 파안대소破顔大笑도 누려보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해 뭐 하세요? 전화에 암 것도 안 해요, TV봐요 무슨 프로인데? 글쎄 뭣이더라? 얼버무리다가 버럭 화가 났다 왜 꼭 뭐를 해야 하나? 너무 많이 해버려서 안했어야 좋았을 것을 저지레만 해서 밥보다 약을 더 먹어야 하는 참회만 해야 하는 까닭인데. 터무니 80년, 풍찬노숙風餐露宿의 나그네였을까? 80년, 풍찬노숙의 순례자였을까? 서러움과 고마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모르게 나를 잠시도 떠난 적 없었다는 시간時間이 제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