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 17

탄천의 비밀_복합 삼각주에 우쭐하다

겨울은 떠날 준비를 하고 나목 꼭대기의 철새들은 모였다 흩어지며 고향 갈 준비하고 있다 탄천 눈 길을 걷는 사람들이 주말처럼 이편 저편에 많다 늘상 홀로 걸으며 즐기던 마음에 약간 짜증이 난다. 이왕 나섰으니 어떻게 할까? 오리교 언덕길에서 구미교 위로 방향을 바꾸었다. 겨울바람이 차다. 구미교 중앙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심호흡을 건져 올렸다. 그때 바로 눈 아래 수직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상하게 생긴 지형을 보게 되었다. 땅도 아니고 숲지도 아닌 , 구미교 아래 숨어 있는 듯, 탄천과 동막천이 합류되어 만들어낸 자연의 신비, 세월에 의해 변화된 한 세상을 보며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우쭐한다 (탄천의 구미교 아래에 있는 복합 삼각주)

수필은 시도다 2022.02.08

유안진_시 詩가 나에게 외3편

시詩가 나에게 아직도 모르겠어? 한번 발들이면 절대로 못 빠져나오는 사이비似而非종교가 '나'라는 것을 받침 하나가 모자라서 이신 신 神이 못되는 어눌한 말인 걸 쓸수록 배고파지는 끝없는 허기虛飢 쓰고 보면 제정신 아닌 남루襤褸뿐인 일가一家를 이룰 수 있다는 소설가 화가 음악가...와는 달라서 만 번을 고쳐죽어도 일가는 못되느니 시 쓰며 인간이나 되라고 아닌가 꿈깨게, 문여기인文如基人 잊지 말고. 편견偏見 오를 수 없는 산山 하나쯤은 있어줘야 살맛이지 그 산을 품고 사는 가슴이어야 사람이지 사랑도 그 산에다가 강江울음 바쳐야 절창絶唱이지. 얼룩 구름 몇 점 묻어있어야 내 하늘 같고 물결 파도 출렁거려야 내 바다 같고 지팡이노인도 걷고 있어야 우리 동네 같고 군살에 주름살 자글자글 거려야 내 이웃 같아 말도..

관객과 배우 2022.02.06

>좋은 수필< 이해인_합창을 할 때처럼

여중 시절, 교내 합창대회에서 우리 반이 일등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친구들과 새벽마다 모여서 연습하며 합창의 아름다움에 빠져들던 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한번씩 음악회에 가더라도 나는 독창회보다는 합창회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언젠가 매우 유명한 러시아 여자 성악가의 독창회에 간 일이 있는데, 그녀가 노래를 매우 잘 불렀음에도 중간에 자리를 뜨는 이들이 더러 눈에 띄었습니다. 아무리 노래를 잘 하는 이의 목소리도 한 시간 이상을 계속 듣다 보면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도원에서는 일상의 기도도 노래로 부를 때가 많은데, 특히 부활절이나 성탄절에는 평소에 부르기 어려운 합창 미사곡을 연습해서 부르곤 합니다. 남성의 소리가 빠진 여성 3부 합창은 그리 웅장하진..

관객과 배우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