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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_정호승

택배 슬픔이 택배로 왔다 누가 보냈는 지 모른다 보낸 사람 이름도 주소도 적혀 있지 않다 서둘러 슬픔의 박스와 포장지를 벗긴다 벗겨도 벗겨도 슬픔은 나오지 않는다 누가 보낸 슬픔의 제품이길래 얼마나 아름다운 슬픔이길래 사랑을 잃고 두 눈이 멀어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나에게 배송돼 왔나 포장된 슬픔은 나를 슬프게 한다 살아갈 날보다 죽어갈 날이 더 많은 나에게 택배로 온 슬픔이여 슬픔의 포장지를 스스로 벗고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나에게만은 슬픔의 진실된 얼굴을 보여다오 마지막 한방울 눈물이 남을 때까지 얼어붙은 슬픔을 택배로 보내고 누가 저 눈길 위에서 울고 있는지 그를 찾아 눈길을 걸어가야 한다 정호승 시집 《슬픔이 택배로 왔다》

관객과 배우 2023.02.11

다육이 자보 꽃이 피고 질 때

다육이 자보(백합과 Gasteria 속, 원산지는 남아프리카 남부) 화분 1개를 2021년 7월 15일에 조카로 부터 선물 받았습니다 선물로 받은 자보는 아롱아롱한 무늬가 고르게 있으면서 무심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기는 별로 크지 않은 데 화분의 높이가 높아서 발런스가 맞지 않은 듯 보였지만 그냥저냥 다른 화분들과 함께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조카는 자보를 키운 경험이 있어, 키가 큰 화분을 선택하였더라고요 자보는 시간이 흘러도 무심한 표정으로 곁에 번식만 하더니 18개월이 지난 2023년 1월13일에 제일 큰 잎 사이에서 싹이 자라기 시작하였습니다 곡선으로 꽃대가 길게 자라며 산호색과 연두색 그리고 미색의 꽃봉오리가 망울망울 맺히기 시작하였습니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르던 꽃봉오리들이..

관객과 배우 2023.02.06

따뜻한 겨울 모습들

상상 못했던 한파가 계속되는 날씨 속에서도 따뜻한 겨울 모습이 보이네요 잠깐 멈춰 서서 난방비와 온수의 폭탄도 잠시 잊고 냇물에 몸을 씻으며 즐거워하는 꽁지가 긴 까치들을 봐요 "까닥 까닥 푸르르 까아깍.. . " 2023년 1월 22일 용인시죽전2동 탄천에서 갑자기가 찍음 비둘기떼가 비상하네 여행도 못가는데 비둘기 따라 날아가 보자 강가에서 물 살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움 어떻게 오는 지 알 수 있다 잠겼다 고개 들고 잠겼다 고개 드는 물여울처럼 그리움 그렇게 다가옴을 볼 수 있다. (유경환 유고시집 「강가에서」 ) 구미교 아래에서 물닭 한 쌍이 행복한 겨울을 즐기고 있네요

관객과 배우 2023.01.29

이어령_추위에 바치는 노래

「추위에 바치는 노래」_이어령 어머니 아무래도 당신께서 덮어주신 이 이불만으로는 바이칼호의 추위 만주벌판의 추위 유별난 알래스카의 그 추위를 견디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건 가난의 추위이고 혼자 있는 추위이고 전쟁의 추위입니다 아무래도 어머니가 덥혀주신 구들장만으로는 천년 동안의 추위를 참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좀더 따뜻한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머니의 겨울 이야기처럼 처마 끝에서 밤새 소리 없이 얼다가 눈부신 아침 햇빛처럼 매달리는 그런 고드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개구리 도마뱀 땅속에 묻힌 파충류의 꿈 허들링으로 벽을 만들어 눈보라를 막는 펭귄들의 사랑 세마리 개와 겨울을 자는 호주의 원주민들 아닙니다 어머니 지금 어느 눈 골짜기에 핀 매화를 찾아 집을 나섰다는 할아버지의 그 지팡이가 필요하답니다 어머..

관객과 배우 2023.01.26

사단법인한국꽃문화협회2023정기총회_정명자 외 1인

(사)한국꽃문화협회는 제19회정기총회, 2023년 1월16일 양재 화훼공판장장미홀에서 개최, 특별 프로그램으로 정명자(아미중앙회)회장과 회원의 '테이블 장식 & flower' 작품 데먼스트레이션이 아래와 같이. ↓ 작품: 정명자회장 작품설명: 정명자(아미회)회장 전통이란? 傳 전할 전, 統 거느릴 통 : 민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수단이 된다 우리 민족과 국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 할 수 있고 전통을 바탕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문화 콘테츠를 만들어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문화 콘텐츠의 예를 보면 한지의상, 한식 기내식(비빔밥, 비빔국수) 태권도 소재의 컴퓨터 게임, 윷놀이 휴대전화 게임 지역축제- 탈놀이 (안동) 남사당 놀이 공연: 뮤지컬 ..

발그무레한 겨울꽃

오늘 '부럽지가 않어' 라는 장기하의 자작곡이 웬지 입가에서 떠나지 않는 데, 전 오늘 이 곳에서 '남이섬이 부럽지 않아, 그래 부럽지 않어'라는 가사로 고쳐 부르며 여러번 다녀온 추억의 남이섬을 생각했습니다. 많이 갔었죠. 특히 메타세콰이어 숲은 4계절 아름다우니까요. 요즘 무서운 날씨에 벌벌 떨며 세월의 다리에 동여매어 산책도 멀리 가지 못하고 동네 한바퀴가 요사이 제 삶의 일부입니다. 오후 2시를 넘기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마트에 가서 물건을 배달시키고 산책을 합니다. 가까운 동네 건축상 받은 멋진 가나안 교회 옆으로 접어 들면 구미 초등학교가 있습니다. 빙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그네를 타는 아이들, 살얼음 놀이하며 떠드는 아이들 소리가 퍼져나오는 구미초등학교 후문에서 불곡산 방향으로 작은..

수필은 시도다 2023.01.09